[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내년 3월 열릴 고려아연 정기주총은 경영권 분쟁의 최종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체 이사회 구성원 19명 중에서 9명이 새로 선임될 예정이어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는 이사 8명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 등 총 9명이 선임될 예정이다.
지난 9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며 이사회가 최 회장 측 12명, 영풍·MBK 연합 측 7명 구도로 재편됐다. 최 회장 측은 안정적인 과반을 유지하면서 이사회 주도권을 지켜냈다. 최 회장 측이 2년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고, 더 나아가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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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새로 선임되는 이사 9명은 최 회장 측 5명, MBK·영풍 측 4명으로 구성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사회 구도는 현 12대 7에서 11대 8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사회 과반 이상을 확보하는 만큼 ‘최윤범 체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이번 임시주총과 달리 고려아연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최 회장 측으로서는 기존 5석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 그만큼 많은 후보를 내세워야 하지만 후보가 늘어날수록 확보한 표가 분산될 수 있어서다.
또 다른 변수는 MBK의 콜옵션 행사 여부가 거론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는 2024년 영풍과 체결한 경영협력계약에 따라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약 257만주, 지분율 약 12%를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콜옵션은 일정한 조건에 따라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다. 계약상 행사 가능 시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끝난 2024년 10월 14일부터 2년이 되는 시점과 MBK·영풍 측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는 시점 가운데 빠른 때로 알려졌다. 현재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업계에서는 다음 달인 10월부터 콜옵션 행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MBK가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단순히 주주 구성이 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 경영권 분쟁의 판을 바꾸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영풍 입장에서는 고려아연 주식이 줄게 되면 배당 수익과 지분에 따란 영행력이 줄어드는 반면 MBK의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의결권 영향력은 커지게 된다. 기존 ‘최윤범 측 대 영풍·MBK’의 구도에서 최 회장 측과 MBK 간 장기적인 경영권 대결 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경우 사모펀드가 핵심 산업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장기적으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홈플러스 사태로 경영과 투자회수 방식을 둘러싸고 비판 받는 MBK가 고려아연 지분 확대에 나설 경우 사모펀드의 핵심산업 규제 지배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MBK가 고려아연의 지배력을 확대하면 국가핵심기술 등 주요 기술의 해외유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사모펀드가 문어발식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할 때 외부 차입에 의존한 레버리지 바이아웃 거래에 대해선 강력한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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