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철 제8대 신임 반도체공학회 회장(광운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은 6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 속 한국의 전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 회장은 “10년 뒤에도 미국과 중국이 과연 지금처럼 ‘강대강’ 구도를 유지할지 모르겠다”며 “(중국을 배척하는) 미국의 기조가 장기전으로 가긴 힘들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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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제조 기술에서 대표적인 보틀넥(장애물)이 ‘슈퍼을’로 부르는 세계 최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인데, EDA 툴은 극자외선(EUV) 장비가 없으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미국에서 한국에 EDA 툴을 팔지 말라고 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EDA 툴도 국내 기업들이 직접 만들면 안되냐고 하지만 굉장한 노하우가 필요한 산업이라 갑자기 할 수 없다”며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에 들어가기 싫어도 들어가야 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 회장은 미국 정책을 적극적으로 따르면서도 중국 시장도 놓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 조치가 ‘중국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몇 년 뒤엔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사실일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외국산 핵심장비 수입이 막히자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EDA 툴과 EUV 장비를 직접 만들고 있다.
그는 “중국은 시장이 커서 내부에서 만들어서 사고팔고, 이를 통해 기술을 개선하는 게 가능하다”며 “한국이나 유럽, 일본, 대만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에)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추가 투자에 한계가 있고 제품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배척해선 안된다”고 했다.
신 회장은 ‘정경분리’처럼 투 트랙 전략으로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만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큰 시장이고 미국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국을 맞춰주면서 정경분리처럼 중국과 관계에 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