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증권사의 ‘이자 장사’가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변동된 조달금리를 적시에 반영하도록 ‘신용거래융자 금리 모범규준’을 고쳤음에도 여전히 많은 증권사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미국의 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 금리가 내리고 있지만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공시한 29개 증권사 가운데 올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한 번도 변경하지 않은 증권사는 10곳에 이른다. 애초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산정 체계에 비판이 제기돼 금융 당국이 나서 제도를 손봤음에도 34%가 시장 금리를 이자율에 바로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당국의 서슬 퍼런 칼날에도 증권사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해당 규율이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이 없어서다. 증권사마저 자정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사실상 제도가 유명무실하다.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신용거래융자 금리의 산정기준과 방식이 제각각인데다 소비자는 이를 제대로 알 수 없어 ‘깜깜이’ 논란이 불거진 적도 있고, 이 때문에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구성하는 한축인 기준금리를 ‘CD금리’로 통일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자 장사’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무조건 낮출 수만도 없다. 이자율을 낮춰 고객을 유치하는 경쟁을 펼치면 ‘빚투(빚내서 투자)’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대출 금리를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부실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리스크 관리가 안 된 대출자는 대규모 손실을 가져올 수 있고, 재정 부실이 발생한다. 이 같은 불건전성이 하나둘 모이면 금융권 전체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증권사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신용거래융자 금리와 관련해서 강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대원칙을 먼저 생각해야 궁극적으로 자본시장이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