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는 격언을 게임으로 깨닫게 될 줄은 몰랐다. 게임 속 딸아이조차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성장해주지 않았다. 4시간의 플레이 시간 동안 부모님 말씀 안 들었던 지난날의 나를 생각하며 죄송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이 게임은 어쩌면 ‘현생의 효녀·효자 만들기’가 목표 아닐까.
|
출시된 지 30년도 넘은 프린세스 메이커 IP가 현 시대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게임은 마왕과의 전투에서 승리해 도시를 구한 용사(이용자)가 하늘로부터 어린 여자아이를 받아 키운다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10세 딸이 18세 성인이 될 때까지 8년간 생활 전반을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 딸의 체력과 지능, 매력, 기품, 도덕성, 스트레스 등 상태가 수치로 표현되며 이를 총합한 결과에 따라 엔딩이 결정된다. 어린 딸을 도시의 공주(프린세스)로 키우는 것이 최종 목표다.
2000년대 초 기자가 초등학생 때 주말 동안 프린세스 메이커에 몰두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게임 구매를 결정했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4만2000원 금액을 결제하고 플레이를 시작했다.
당시 정성스럽게 키운 딸아이를 프린세스로 거듭나게 한 경험이 있던 탓일까. 기자의 자신감이 너무 컸다. 게임을 시작한 지 네시간 반 만에 성인이 된 딸 아이 보라는 결국 빈털터리가 됐다. 사기꾼 남자에 속아 결혼한 뒤 빚을 대신 갚느라 가진 것들을 모두 잃은 것이다.
|
너무 치열하게 살도록 아이 일정을 짠 전략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을 사귀고 네트워크할 수 있도록 수확제 행사에 더 자주 참여토록 했으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나무 일에 재능이 있다는 목수의 말에 기뻐하며 장작패기 아르바이트만 시킨 것이 문제였을까. 예법 과정의 상급 과정까지 마쳤으면 기품이 더 높아졌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번 리제너레이션 버전은 기존 버전에 비해 그래픽 품질을 높였다는 게 특징이다. 다만, 엔딩 시나리오에서 아빠와의 결혼, 유흥가 직원으로 근무 등의 다소 부적절한 상황이 PC와 닌텐도 서비스에 그대로 담겼다는 점은 지적할 만하다. 그간 엔딩 시나리오에 대한 수정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이러한 비도덕적인 요소를 제외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육아본능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식이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느껴보고자 한다면 프린세스 메이커를 플레이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