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불쾌함을 뒤로 하고 차분히 생각해보니 그런 그릇된 편견을 조장한 건 자극적인 언론보도 탓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별·나이를 떠나서 누구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사고를 접하면 슬픈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언론이 극소수의 삐뚤어진 사람들이 쓴 글을 자극적으로 기사화하면서 집단에 대한 괜한 편견과 분노를 조장한 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가 난 뒤 하루가 멀다 하고 60대 이상 운전자의 사고 소식이 보도된다. 그런데 매일 같이 들려오는 고령 운전자 사고 기사에는 맹점이 있다. 전국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할 테지만 그중에서 고령 운전자의 사고만 단편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매일 발생하는 전체 사고에서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차지하는 건수나 비율 같은 구체적인 수치에 대한 언급은 없다. 물론 최근 들어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조건부 면허’ 등 고령 운전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단순히 운전자 나이에만 초점을 맞춘 사고 소식이 보도되면 자칫 모든 교통사고는 고령 운전자가 발생시킨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일각에서는 65세 이상인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등 노인혐오로 번지는 조짐이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서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ㆍ미혼ㆍ별거ㆍ이혼ㆍ사별ㆍ재혼ㆍ사실혼 등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현실은 혐오와 비하로 가득 차 있다. 남녀 간,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은 기본이고, ‘개저씨’니 ‘맘충’이니 하는 멸칭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며 서로를 미워하고 조롱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혐오와 갈등이 심화하는데 한몫하는 건 바로 언론이다.
요즘 온라인에 올라오는 기사를 보면 최소한의 취재도 거치지 않고, 그저 온라인 게시판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과 댓글을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한 수준의 기사가 많다. 시청역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사람들처럼 기사 속 주인공은 이기적이거나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읽는 사람의 반감과 분노를 자극한다. 거기에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피로감까지 더한다. 하지만 기사 속 내용은 정확한 사실 확인도 되지 않았을 뿐더러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도저히 일반적이라고 볼 수 없는 극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그런 기사가 이슈몰이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는 뜻이다.
마음속 편견과 혐오는 무의식중에 자라난다. 그런데 매일 같이 무분별하게 전달되는 극단적인 사건과 자극적으로 침소봉대된 기사들을 접하게 되면 은연중에 기사의 대상이 속한 집단에 대한 적대감이나 선입견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혹자는 그런 몇몇 극단적인 사례들도 결국 지금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 아니겠냐 반박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여전히 상식적이고 올바른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 때문에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다. 혐오와 비하로 갈라진 세상이 서로의 신뢰와 존중을 회복할 수 있도록 책임 있고 신중한 언론보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