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자는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평소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해오던 그는 “이전 정부들에서는 말이라도 했는데 현 정권에서는 바로 조사가 들어와 압박하니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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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신이 몸담은 연구가 좌초되고, 최소한의 생존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자 평소 의견을 잘 표출하지 않는 풀뿌리 연구자들도 용기를 내어 양심선언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연구자들이 용기를 내서 문제를 말하면 정부가 정부부처나 산하기관을 통해 압박하거나 불이익으로 위협한다는 점이다. 가령 과학기술비서관실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한국연구재단 등을 통해 정보유출의 발원지 색출에 나서고, 필요하면 감사에 나서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사례는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대용량데이터허브센터가 전기세를 감당하지 못해 일부 가동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감사를 진행했다. 과기정통부 고위급 인사도 출연연 수장들을 만나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말라며 압박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도 연구자들을 압박하는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80% 연구개발비 삭감을 통보받은 한 대형사업단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연구재단 관계자가 연구자에게 전화를 걸어 “증거가 있느냐”, “누가 그런 말을 했냐”며 따지듯이 캐묻기도 했다. 해당 연구자는 “연구비 80%가 깎였는데 설마 더 깎겠냐”며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알렸음에도 압박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물론 국가 재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R&D 효율화는 필요하다. 감사가 필요하다면 그 역시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기 마련이고, 그에 대해 귀를 닫는다면 제도 개선이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강조하는 세계 최고·세계 최초의 연구성과는 자율적인 연구환경과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개척정신, 기존 질서에 대한 의구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