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받침·24장 연꽃 새겨진 몸체 등
''밀랍 주조법'' 추정…정교한 공예기술
국립부여박물관 30주년 특별전 개최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993년 12월 12일, 세기의 발견이 이뤄지던 날 현장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백제의 왕릉급 무덤이 모여있는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 절터 서쪽의 한 구덩이에서 진흙에 파묻힌 유물 하나가 발견됐다. 높이 61.8cm, 무게 11.8kg이나 되는 대형 향로였다. 비록 진흙투성이었지만 1300여년이란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보존 상태가 완벽했다.
국내외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듬해에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향로를 전시했는데 약 2주 동안 6만8000명이 방문했을 정도였다. 당시 발굴 현장을 지휘했던 김종만 충청문화재연구원장은 “향로를 보는 순간 범상치 않은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정말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발굴이었다”고 회상했다.
| ‘백제금동대향로’의 발견 당시 모습(사진=국립부여박물관). |
|
올해 발굴 30주년을 맞은 ‘백제금동대향로’는 ‘국보 중의 국보’로 평가받는 유물이다. 1300여년 전 백제인들의 예술혼을 엿볼 수 있는 당대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향로는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물결을 박차고 튀어 오르는 모습의 용이 ‘받침’을 이루고 그 위에 24장의 연꽃이 새겨진 ‘몸체’, 25개의 산과 봉황이 배치된 ‘뚜껑’을 볼 수 있다.
연꽃잎 한장, 산봉우리 하나마다 86개의 얼굴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목을 앞으로 길게 빼고 있는 모습의 새, 무예의 한 동작을 묘사하는 듯한 사람, 세로줄 무늬가 돋보이는 호랑이, 날개 달린 상상 속 동물 등을 찾아볼 수 있다.
| ‘백제금동대향로’의 세부 모습(사진=국립부여박물관). |
|
‘백제금동대향로’는 당대 백제 문화를 보여주는 집약체로 여겨진다. 향로는 ‘밀랍 주조법’(벌집과 소기름을 섞은 밀랍 덩어리를 녹여 도상을 새기거나 붙이는 방식)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의 기술로도 똑같은 향로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연기 구멍은 공기를 빨아들이는 구멍 5개와 연기를 뿜어내는 구멍 7개 등 총 12개가 있다. 이 중 일부 구멍은 크기를 수정했다는 점에서 백제인들의 정교한 공예기술을 엿볼 수 있다.
아직 향로에 대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도 많다. 능산리 절터에서 발견된 석조사리감에는 ‘554년 왕위에 오른 창왕(昌王·위덕왕을 뜻함)에 의해 567년 만들어졌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향로 제작과 관련한 정확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위덕왕이 아버지인 성왕(재위 523∼554)의 넋을 기리는 용도로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향로가 능산리 절터의 공방지에서 발견된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사상이 들어가 있는지 등도 향후 연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국립부여박물관은 향로 발굴 3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백제 금동대향로 3.0-향을 사르다’를 열고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계속된다.
| 12일 국립부여박물관 특별전시실에 전시된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