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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을 1등으로"…‘채용비리’ 서대문구청 前공무원 유죄 확정

박정수 기자I 2023.11.17 06:00:00

‘구청 내 2인자’ 정책보좌관, 특정 지원자 채용청탁
면접심사 위원장이 특정 지원자 점수 고쳐 결과 뒤집어
위원장, 징역형 집유…정책보좌관, 1심 무죄→2심 징역 6개월
"정책보좌관, 채용청탁의 주범"…대법서 유죄 확정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면서 특정 지원자를 뽑으려고 면접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대문구 전 공무원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대법원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대문구 전 환경국장 황모씨와 서대문구청장 전 정책보좌관 서모씨에 각각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 6개월,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당시 황씨는 서대문구청 환경도시국장이자 ‘2015년도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 다급(7급 상당) 임용시험’ 면접심사 위원장을 맡았다. 서씨는 채용하는 과정에서 황씨에게 “이번 채용 때 A씨를 뽑아줬으면 한다”는 취지로 청탁했다.

면접 대상자는 총 5명이었는데 점수집계 결과 B씨는 평균점수 84점으로 1위였으나 A씨는 평균점수 82점으로 2위였다. 점수 1위를 받은 자가 최종 합격자로 결정되는 면접심사에서 A씨는 불합격하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에 황씨는 A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심사표에 연필로 기재된 B씨의 점수를 하향 수정하고 A씨 점수를 상향 수정해 재차 점수가 집계되도록 했다. 그 결과 A씨 평균점수가 83점, B씨 평균점수가 82점으로 뒤집힌 결과가 도출되도록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는 지원자 A씨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켜 면접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씨는 A씨를 구청 내에서 보조 업무를 담당하게 업무상 친분을 맺은 뒤, 이 사건 임용시험에 채용되도록 황씨에게 청탁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임용시험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구청 내 상당한 파문과 혼란이 초래됐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황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서씨는 무죄로 봤다.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서씨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충분하게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검찰은 당시 구청장이 황씨에게 ‘임용시험에 대해 서씨와 상의해서 조치하라’, ‘서씨와 상의했느냐’고 한 말을 곧 A씨를 채용하라는 지시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구청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법원은 범행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구청장의 발언은 채용지시로 볼 수 없다고 평가절하하면서도 서씨의 부탁은 심리적 부담을 느낄 만한 영향력 행사라고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은 서씨가 구청장과의 친분으로 구청 내 2인자로 불리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거나 피고인으로 인해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는 등의 구체적 사례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나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봤다.

또 “임용시험과 그 뒤 감사 과정에서 구청장이나 부구청장에 의한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가 제대로 조사됐는지도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
2심에서는 서씨에 대한 판단이 뒤집혀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황씨의 진술 가운데 서씨에 대한 부분의 주된 취지는 ‘구청장의 지시에 따라 서씨를 만난 자리에서 임용시험에 관해 A를 뽑아달라는 청탁을 했다. 구청장과 친분관계가 두터운 서씨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서씨의 채용청탁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구청장으로부터 질책과 인사조치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서씨의 구청 내 영향력 정도, 서씨와 A의 업무상 친분관계, 서씨가 임용시험 전부터 A씨를 구청 내 환경 분야 인력으로 채용하고자 노력하여 온 사정 등은 황씨의 진술이 허위가 아님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이라고 봤다.

특히 “검사로서는 채용청탁 과정에서 그 채용 목적을 모르는 구청장을 도구로 이용한 것이든, 아니면 구청장과 함께 공모한 것이든 어느 경우에도 서씨를 이 사건 채용청탁의 주범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며 “반면 구청장에 대하여는 서씨와의 공모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교사범의 고의, 교사행위와 실행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지방공무원법 제42조의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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