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부터 시작한 테마주 열풍이 초전도체를 거쳐 맥신, 로봇 등으로 이동하며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로 개미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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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11일) 신용융자 잔액은 20조44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6조5186억원)보다 24.05% 증가한 수준이다. 빚투 증가에 금융당국이 경고하기 직전인 8월 17일(20조5572억원) 이후 한 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수치이기도 하다.
신용융자금액은 지난달 말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다. ‘빚투’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하며 당국이 나서면서다. 지난달 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 레버리지 증가, 단타 위주 매매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야기할 수 있다. 경쟁이 심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에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가 단속에 나섰고 일부 증권사들은 맥신 테마주나 2차전지 테마주의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달 24일엔 신용융자금액은 20조197억원으로 일주일 만에 2.6%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9월이 되며 신용융자는 재차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신용융자가 10조5692억원으로 지난달 말과 견줘 376억원 증가했고 코스닥은 9조8753억원으로 같은 기간 1808억원 불어났다.
시장에서는 실적 회복이 기대되고 장기 보유 매력이 있는 종목들보다 테마주 위주로 수급이 쏠리며 마음이 조급해진 투자자들이 빚투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하반기 들어 2차전지에 이어 초전도체, 맥신,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테마가 기승을 부렸고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까지 다시 떠오르는 상황도 빚투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게다가 최근엔 대기업들이 로봇 투자를 확대하고 두산로보틱스가 기업공개(IPO)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로봇주가 새로운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로봇·정치 테마주 신용융자 폭주…“신중한 판단 필요”
테마주가 신용융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잔고로도 나타난다. 로봇주 중 하나인 11일 에스피지의 신용융자 잔고는 178만5205주로 지난달 말(133만733주)에 비해 25.9% 늘었다. 에스피지는 국내 최초 로봇용 정밀감속기를 양산하고 있는 곳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에 감속기를 납품 중이다.
또 다른 로봇주인 뉴로메카(348340)의 신용융자 잔고도 지난달 말 45만167주에서 11일 52만670주로 15.7% 증가했다. 에스비비테크(389500)의 신용융자 잔고도 같은 기간 23만4297주에서 26만6599주로 늘었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을 앞두고 지주사인 두산(000150)의 신용융자 잔고 역시 급증하고 있다. 두산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 말 26만5082주였지만 11일 29만8779주로 늘었다. 총선을 앞두며 ‘한동훈 테마주’라 불리는 노을(376930)의 신용융자 잔고도 8월 말 7만5376주에서 11일 11만1327주로 47.7% 증가했다.
신용융자가 테마주로 쏠리자 투자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더욱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주가 하락으로 신용거래 계좌 평가금액이 일정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주식을 강제로 팔아 빚을 회수하는 ‘반대매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당장 반대매매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 추가로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는 위탁매매 미수금도 11일 기준 5353억원으로 지난달 말(4911억원) 보다 9.0% 증가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투자자가 주식 결제 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사흘간 빌려주는 단기 융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빚을 내서 투자하는 방식은 갑작스럽게 반대매매가 이뤄질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위험성이 크다”면서 “테마주 장세의 주기도 더욱 빨라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