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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전대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청에 자진 출석하기로 한 날에도 유튜버 등 수많은 시민이 입구에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그러던 중 진영이 서로 다른 두 유튜버는 말다툼을 벌이다 “참 시끄럽네!” “이 사람 좀 내보내요!”라고 고성을 지르며 현장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고 청사 방호원들은 싸움을 말리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이어 송 전 대표가 청사에 도착하자 시민들이 일제히 그에 몰리면서 방호원들은 송 전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또 한 번 진땀을 빼야만 했습니다. 곧이어 출석이 거부된 송 전 대표가 청사를 빠져나가자 수십 명이 그의 주위를 빙 둘러싼 채 따라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셀카봉, 카메라, 가방 등 소지품에 얼굴을 맞는 등 위험천만한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검찰청에 유력인사가 출석할 때는 자발적 질서유지선인 ‘포토라인’이 지켜져 혼란이 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유튜버들이 포토라인을 넘어 피의자(피조사자)에게 접근을 시도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경우가 빈발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 콘텐츠는 꾸준한 시청자층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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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자 조사가 마무리되면 송 전 대표는 다시 한번 검찰에 출석해야 하고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이재명 대표도 머지않은 시기에 소환조사를 받을 전망입니다. 이들이 출석할 때마다 혼잡이 반복되면 그만큼 폭력·부상 사태가 발생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도 청사에서 불상사가 일어나는 사태만은 피하고 싶은 입장입니다. 출석한 피의자가 혼잡에 휘말려 다치거나 최악의 경우 테러 시도를 당하기라도 하면 검찰도 책임론을 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사 일정에 전면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여론으로부터 만만치 않은 비난을 들을 각오도 해야 합니다.
휴일에는 일반인의 청사 출입을 통제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애초 휴일 조사는 특수한 경우에만 진행됩니다. 평일에는 일반 민원인, 피조사자, 직원들도 청사에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출입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통제할 명분도 마땅치 않다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기관을 왜 마음대로 통제 하냐고 따지면 반박하기 쉽지 않고, 통제 하더라도 시위 목적을 숨긴 채 입장할 수도 있다”며 “유튜버들도 기자들과 같이 정당한 취재권리를 내세우면 무작정 돌려보내기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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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 의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은폐’ 의혹을 받은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대장동 비리’에 연루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이 지하 통로를 이용해 검찰에 비공개 출석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비공개 출석은 대외적으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남길 수도 있어 유력 정치인으로선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선택지입니다. 이들은 발언 기회를 얻어 검찰의 수사를 규탄하고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려는 차원에서 앞으로도 검찰청 공개 출석을 고집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 여론이 반으로 극명하게 갈라지면서 정치인의 지지자·반대자들은 서로 세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시도하는 유튜버들까지 가세하면서 출석 현장의 극심한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검찰의 거듭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