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법을 개선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까지 발족했지만, 전문가들은 법 자체를 대대적으로 손질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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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19일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644명(611건)이다. 중대산업재해(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뜻한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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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27일부터만 봐도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50억원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는 231명(210건)으로 전년 동기 232명(219건)보다 1명(0.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근로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제정된 법이 효과가 없었다는 뜻이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증가한 것은 지난해 화재·폭발, 무너짐과 같은 대형 사고(2명 이상 사망)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광주 주상복합 붕괴와 대전 아웃렛 화재 등 대형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21년 22명(8건)에서 지난해 39명(13건)으로 77.3%나 증가했다.
◇재판 넘어간 건 5%뿐…“수사 쉽지 않아”
중처법은 수사도 녹록지 않았다. 중처법 시행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이 법의 적용 대상 중대재해는 229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568건 발생했지만,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에게 법 위반 혐의가 없는 경우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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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도 중처법 수사의 어려움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의 산업안전법 수사는 현장소장 등의 안전보건 조치를 했는지만 판단하면 되기 때문에 송치율이 63.7% 정도였다”며 “중처법은 피해자와 참고인 조사의 범위가 매우 넓고 압수수색도 횟수도 매우 많아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중처법 사건이 발생하면 참고인이나 피해자 조사가 건당 18회 정도 이뤄질 정도로 수사 범위와 대상이 많다. 또 산업안전법 수사 과정서 압수수색은 연간 1~2건 정도지만, 지난해 중처법 관련 압수수색은 약 30건이나 진행됐다. 한 번 압수수색 시 30명도가 필요해, 그만큼 인력도 많이 필요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히 산업안전법 사건은 공장장이나 현장소장이 처벌 대상이고 처벌 수준도 크지 않아 기업도 강하게 대응하지 않은 편이었다”며 “중처법은 CEO가 대상이라 기업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사실관계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중처법 사건 가운데 158건가량은 기업이 로펌을 선임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처법 개선 나섰지만…“대대적인 손질 필요”
고용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중처법을 개선하기 위한 TF를 발족했다. 현 상황에 대한 개선 없이 내년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처법이 적용되면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처법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5년간 고용부 산업안전감독 인력은 2.3배가, 안전공단 직원도 700명이 늘어나 중대재해가 줄어야 하는 게 정상”이라며 “중처법으로 인해 행정력이 크게 낭비되면서 예방할 수 있을 만한 사고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현행 중처법은 전반적인 산업안전을 고려해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지만, 지금 TF엔 법 관련 전문가만 있다”며 “중처법 개선이 처벌 수준을 조금 건드리는 정도만 바뀌게 되면 현재의 문제점은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