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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만 넣어도 ‘엔허투’와 비슷”...레고켐바이오 ‘LCB14’ 경쟁력은?

김진호 기자I 2022.09.13 14:00:37

레고켐의 항체약물접합 신약 후보 'LCB14'...中 포순 및 英익수다 등 기술이전
포순, 중국 내 임상 1상 중간결과 발표..."엔허투 절반 용량으로 효능 대등"
'폐독성' 부작용 임상 1상까지 없어...안전한 ADC로 가능성↑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레고켐바이오(141080)의 항체약물접합(ADC) 기술로 탄생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 ‘LCB14’의 중국 내 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 1상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LCB14가 동종의 ADC 약물로 출시된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의 효능을 넘어섰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공=레고켐바이오)


◇LCB14 관련 첫 임상 성과...포순제약이 발표, 왜?

8일(현지시간) 중국 포순제약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WORLD ADC 2022’에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HER)2 양성 유방암 관련 중국 내 임상 1상의 중간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엔허투를 포함한 경쟁 약물 대비 낮은 용량에서 높은 효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포순제약의 발표를 진행한 로버트 러츠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익수다) 최고과학책임자(CSO)는 “LCB14가 우수한 약효와 안전성을 보이면서, 경쟁이 치열한 HER2 양성 고형암 대상 ADC 치료제 중 최상위권 약물에 등극할 가능성을 높였다”며 “가장 효율적으로 미국 임상을 진행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 포순제약에 209억원 규모로 LCB14에 대한 중국 판권을 기술이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물질과 관련한 글로벌 판권(중국, 한국 제외)을 익수다에 10억 달러 기술이전한 바 있다.

포순제약은 중국 내에서 LCB14 관련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 1상과 비소세포폐암 및 위암, 대장암, 고형암 등의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두루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수다는 LCB14의 글로벌 임상을 준비 중인 상황이었다.

레고켐바이오의 항체약물접합(ADC) 기반 신약 후보물질 ‘LCB14’를 중국 포순파마와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가 기술이전받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제공=레고켐바이오)


◇“엔허투 절반 이하 용량으로 비등한 효과 나와”

레고켐바이오에 따르면 포순제약이 진행한 LCB14의 중국 임상 1상에는 1a상(6명)과 1b상(18명) 등 총 24명의 HER2 양성 유방암 환자가 참여했다.

포순제약은 임상 1상 참여자에게 ㎏당 2.3㎎(RP2D, 2상 권장용량)의 LCB14를 투여했다. 그결과 임상 1a상 에 참여자 중 부분반응(PR)이 4명, 안정병변(SD)은 2명 관찰됐다. 이들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약 66.7%로 확인됐다.

ORR이란 사전에 정의된 최소 기간 동안, 약속된 양 이상의 종양 면적 감소 등을 보인 환자의 비율이다. 또 SD는 종양이 30% 이상 감소하는 ‘부분반응’(PR)이나 종양이 20% 이상 증가하는 ‘부분진행’(PD)의 중간범위로 약물 투여 후 극적인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 다이이찌산쿄가 6명의 HER2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엔허투의 임상 1a상에서는 약물을 ㎏당 5.4㎎씩 투여한 바 있다. 그 결과 종양이 사라지는 완전 반응(CR)이 1명 확인됐으며, PR과 SD가 각각 4명과 1명씩 관찰됐다. 엔허투의 임상 1a상에서 ORR은 약 80%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임상 1a상 기준으로 보면 참여 숫자가 6명으로 작아 ORR이 67%(LCB14)나 80%(엔허투)라는 수치가 사실상 대등하게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엔허투의 절반 이하의 용량으로 그 정도의 효과를 낸 것이 고무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레고켐바이오는 임상 1상에 참여한 전체 인원 중 42명에서 SD가 확인됐다. HER2 저발현 환자대상 PR과 SD도 각각 1명씩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관계자는 “포순제약이 폐암이나 위암 등을 적응증으로 HER2 양성 및 HER2 저발현 환자 대상 중국 내 임상 2상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유방암 분야에서도 긍정적 결과가 나온 만큼 HER2 저발현 환자 임상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2세대 항체약물접합(ADC) 기반 항암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덱스룩테칸).(제공=다이이찌산쿄)


◇시장 개척자로 군림하는 ‘엔허투’...“LCB14 더 지켜봐야”

한편 엔허투와 LCB14 등은 모두 HER2 양성 유방암 대상 항체치료제로 개발된 로슈의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을 뼈대로 한다. 여기에 각사가 확보한 접합체(링커)와 톡신(약물) 등을 부착해 구성한 물질로 알려졌다.

다이이찌산쿄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대상 3차 치료제로 미국(2019년)과 유럽연합 및 호주(2021년) 등 각국 의약당국으로부터 엔허투의 판매승인을 획득했다. 먼저 시장에 등장한 엔허투는 동종계열의 약물 중 효능과 적응증 면에서 관련 시장을 선도하는 약물로 평가된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엔허투를 추가 승인했다. 지난달에도 FDA가 유방암 환자의 약 30%를 차지하는 HER2 저발현 유방암 및 비소세포폐암 등 2개의 적은 추가로 획득했다. 사실상 엔허투가 새 시장을 개척하며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레고켐바이오는 1상에서 나온 LCB14의 효능과 함께 자사 물질이 엔허투 대비 더 나은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임상 1상 중간결과 중 LCB14 투여군에서는 안구 및 구강 건조, 빈혈, 혈소판감소증이 ADC 약물의 부작용이 비교적 약하게 관찰됐으며, 폐독성(ILD)는 전혀 확인되지 않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레고켐바이오 측은 자사 링커가 암세포의 특이적으로 작용하며, 혈중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하했다.

회사 관계자는 “ADC 약물은 혈액관련 부작용은 다 나온다. 문제는 장기에 영향을 주는 폐독성이다”며 “과거 엔허투의 임상 1a상에서도 관련 부작용이 나왔고, 3상까지 전체 임상 결과에서는 폐독성이 8% 가량 나오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는 1상에서 그런 부작용이 없어, 향후 더 안전한 약물로 개발될 가능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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