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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현재 군 사법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군 장병 인권 관련 제도들이 신속히 도입됐다면,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4년 ‘윤 일병 사건’ 당시 군이 발족시킨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권고한 ‘군인권보호관 제도’의 경우 군인권보호관은 ‘불시 부대 방문권’과 ‘군 수사 참관’, ‘긴급 구제조치권’ 등의 권한을 가진다.
군 법무관 출신 강석민 변호사는 지난 19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군 인권 침해 예방과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군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에 불신이 생기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민간인이 사건의 실상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데 있고, 이차적으로 그 처리 절차 또한 군 내부 기관이 맡아서 한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립적인 민간 기구인 군인권보호관이 군 내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해 직권 조사·시정 권고 등의 권한을 가지면 군이 사건을 덮거나 왜곡하기 어려워진다”며 군인권보호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만 이 같은 입법안들을 좀 더 실효성 있게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군인권보호관의 핵심 기능은 ‘불시 방문권’인데, 방문 전 국방부 장관에게 통지해야 하며 장관이 방문 조사 중단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군인권보호관을 두면서 피감 기관의 조사 중단 요구권이 있는 곳은 없다”며 “군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성을 확보하는 지가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군 내 인권 문제가 재차 발생하지 않으려면, 결국 국회에서 조속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실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입법안들 이전에도 군인권보호관 제도에 대한 발의는 수차례 있었지만, 무관심 속에 실질적 논의는커녕 자동 폐기 수순을 밟아 왔다.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처음 발의된 것은 18대 국회가 가동 중이었던 지난 2011년. 당시 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군인 지위 향상에 관한 기본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 논의돼 ‘군인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42조에도 ‘군인권보호관’이 명시됐지만, 세부적인 업무·운영에 관한 법조항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