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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은 '호호', 재건축은 'ㅠㅠ'…오세훈표 정비사업 '희비'

신수정 기자I 2021.05.27 06:06:22

재개발 규제 완화로 민간재건축 확대 발판
재건축 규제완화는 ''시장 안정화'' 이후로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당선만 되면 대대적으로 규제를 풀어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줄 것 같더니, 오세훈 시장이 취임 후 오히려 규제를 강화했다. 녹물 나오는 집에 언제까지 살아야 하나.”(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재개발사업과 재건축 사업 지역 주민들 사이 희비가 갈리고 있다. 서울시가 재개발에 대해선 구역지정 기간을 단축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6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반면 재건축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가 하면 같은 동에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섞어 배치하는 ‘소셜믹스’를 요구하는 등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서울시 유튜브 캡쳐)
◇재개발 규제완화 시동 “민간 재개발 선택지 늘었다”

서울시는 26일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통해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공공기획을 전면 도입해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2종 7층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을 높이고, 매년 공모를 추진해 25개 이상의 재개발 지역을 발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민동의율 확인 단계를 간소화하고 재개발해제구역 중 노후지역 신규구역을 지정할 방침이다. 공모는 조건을 갖춘 재개발 지역 중 주민 동의 30% 이상을 얻으면 신청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 완화가 민간 재개발의 불씨를 살려낼 것으로 평가했다. 앞서 민간 재건축은 ‘주거정비지수제’ 문턱에 막혀 사업 신청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이를 폐지함으로써 공공재개발 및 공공주도정비사업과 겨뤄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2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상향한 것도 민간 재개발 수익성을 높일 방안으로 분석된다. 7층 이하로 돼 있는 규제를 완화해 용적률 최대 200%를 적용하면 수익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거정비지수제는 박원순 전 시장 재직 당시인 2015년 말 처음 도입, 주민동의율과 노후도 등을 부문별로 점수화해 일정 점수 이상이 돼야 사업 신청을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그러나 사업 신청 가능 점수를 얻기가 힘들어 지난 6년여간 신규 재개발 구역이 한 건도 지정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민간재개발 사업은 멈춰섰고, 그 사이 일부에선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주민간 갈등이 격화됐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공공직접정비사업이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멈춰선 재개발사업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번 재개발 활성화 방안 발표로 민간방식을 택하는 조합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공공재개발에 비해 공공임대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공공재개발시 전체 가구 수의 20%(서울), 또는 10%(서울 외 지역)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했다. 이는 민간재개발(15%)보다 5%포인트 높다. 정확한 계산은 사업지별로 달라지겠지만, 2종 일반주거지역이 많은 재개발 지역은 수익성을 다시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재개발이 관심을 받아 왔던 것은 절차 완화와 용적률 상향 때문이다”며 “이를 민간에서도 보완할 수 있게 되면 민간재개발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건축 주민들 “당선되면 바로 풀 것처럼 말하더니…”

재건축 규제 완화가 먼저 진행될 것이라 기대했던 아파트 단지들은 실망감이 커졌다. 여기에 오 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 시점을 ‘부동산 안정’ 이후로 못 박자, 거래 절벽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 시장은 재건축 규제 강화책을 연이어 내놓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오 시장 당선 이후 개발 기대감이 높아진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부담스러웠다는 평가다.

실제 오 시장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조합원 자격 제한 강화와 지분 쪼개기 규제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22일 재건축 기대감에 급등세를 보이는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재건축 규제는 전폭적인 완화보다 전체적인 공급이 밀리지 않는 수준에서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적으로 풀기보단 집값 상승 움직임이 적은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봤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사업은 단기간에 부동산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우선적인 완화책으로 내놓기엔 부담이 될 것”이라며 “사업 추진 여부는 향후 가격 상승 추이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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