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주거안전망 구축 위한 재정투자 확대 필요하다

정두리 기자I 2021.05.26 06:00:00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년도 예산에는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와 청년·신혼·고령가구의 주거사다리 마련 등을 집중 지원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질 좋은 공공임대를 공급해 전세시장 안정화를 꾀하거나, 청년층에게 도심 역세권에 위치한 공적임대주택 5만4000가구를 공급하는 등의 내용이다. 계획만 보면 임차인,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들을 포괄하는 바람직한 정책과 예산편성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기 위한 2021년 국토교통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히 물음표가 달린다. 일반회계 예산에서 지출되는 주거급여 1조9000억원을 제외하면 공공임대주택을 위한 출자와 융자 대부분이 주택도시기금 지출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올해 예산 규모는 총 57조1000억원이다. 이중 예산은 23조5000억원, 주택도시기금은 33조4000억원이다. 23조5000억원의 예산 중 주택과 기초생활보장을 포함한 복지 분야는 2조1000억원이다. 나머지 21조5000억원은 모두 SOC 예산이다. 복지 분야 중에서도 주거급여를 포함한 기초생활보장은 1조9879억원이며, 주택에는 1111억원이 배정됐다. 예산 사업의 SOC 비중은 90.7%에 이르지만, 주거복지사업은 실로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 예산 지원은 여전히 SOC가 주거복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기금은 SOC가 517억원, 복지가 33조4000억원이다. 복지 분야에서는 주택계정이 32조4000억원으로, 이중 공공임대주택 관련 주거지원 사업 예산은 모두 13조원에 이른다. 주거지원사업 기금 지출 규모는 2010년 이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주거복지 증진 및 도시재생 활성화 지원을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주택도시기금의 운영 목적 상 기금을 주거복지사업 출자에도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청약저축이나 기금에서 융자한 사업의 이자·원금회수 등으로 조성되는 기금 특성상 기금의 건강한 운영을 우선 고려해 사용처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반면 주거복지사업은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국가 책임의 일환이므로 재정 지원이 타당하다.

주거복지에 대한 정부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에 맞게 충분히 늘려야 한다. 저소득층 주거복지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주거지원 정책에 대한 예산 확대도 필요하다.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사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공공임대 공급량 확대보다 총 공급량 중 청년, 신혼부부에 대한 배분 비율이 증가하는 방식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2006년 약 2조1000억원에서 시작해 지난해 약 40조2000억원까지 모두 225조4000억원 정도의 저출산 예산이 집행됐지만 이중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지원에 투입된 기금과 예산은 실로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시는 2021년 청년월세지원 105억원, 신혼부부청년임차보증금 지원 818억원 등 독자적인 주거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사업특별회계의 예산규모는 2조5370억원에 달한다. 이중 상당액을 서울시가 자체 조달한다.

우리가 주거복지 수준을 제고하고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제대로 지원했는지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 저출산을 해소하려면 출산·돌봄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주거지원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주거안정을 위한 예산 규모는 정부가 국민의 주거복지문제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주거안전망 구축을 위한 재정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주택 및 전월세 가격이 급등했다. 이런 시기일수록 주거안전망을 갖추지 못한 폐해는 더욱 부각되고 특히 저소득층에게 심각하게 작용한다. 주거안전망 구축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 저출산도 먼 훗날이 아닌, 현재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주거부문에 대한 재정지출의 적극적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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