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미국 정권교체로 예민한 시기에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가 자국의 체제와 ‘최고존엄’을 사실상 공개 비판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마침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를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김 제1부부장은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강 장관의 최근 발언을 언급하며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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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이 지난 5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에 참석해 북한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언급을 문제 삼은 것이다. 강 장관은 당시 “북한이 우리의 코로나19 지원 제안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며 “이 도전(코로나19)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무상이나 외무성이 아닌 김 부부장이 이례적으로 남측 외교장관의 발언에 직접 응수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직접 코로나19를 주제로 정치국 회의 등을 9차례 주재하는 등 방역에 안간힘을 써왔다. 지난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는 “확진자가 없다”며 공개 선언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에 명운을 걸고 직접 챙기는 사안인데 북한 입장에선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담화가 단 네 문장으로 간결하고 험한 표현을 자제하고 있어 행동 예고보다 경고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동시에 이날 담화가 강 장관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방한 중인 비건 부장관을 향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 교수는 “비건 방한에 맞춘 것은 대북문제에 대해 한미 양측이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메시지”라며 “조 바이든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 청사진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고 미리 유리한 협상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또 “직접 담화를 발표함으로써 대남분야 수장으로서의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동안 침묵했던 김 부부장이 담화를 낸 건 지난 7월 대미 경고 이후 5개월만이자, 대남 발언은 6개월만에 처음이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후 방한일정을 소화하던 중 ‘김여정 담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언급 없이 웃음으로 일관했다. 외교부 역시 강장관의 해당 발언은 국제적 방역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고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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