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시장 참여자에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언급되는 이른바 ‘K자형’ 흐름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구조적 변화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평균 점수(5점 척도로 5점에 가까울수록 구조적)다. 이들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비대면) 시대로 인해 게임/플랫폼 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보고 반대로 항공이 가장 큰 구조조정 위기에 있다고 봤다. 또 시장에서는 산업별 양극화와 함께 계층별 및 국가별 양극화도 역시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K자 상방업종 게임/플랫폼…하방업종은 항공
K자형 회복이란 경기 회복의 모습이 빠르게 반등하는 ‘V자형’ 또는 완만하게 반등하는 ‘U’자형 등 기존형태가 아닌 상방경로와 하방경로로 나뉘어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K자형 회복에서는 상방경로에 있는 대상은 시간이 지나면 꾸준히 회복하며 기존보다 나아질 수 있으나 하방경로에 속한 대상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다.
31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응답자 206명을 대상으로 2개까지 응답하게 한 결과 코로나 수혜업종 1위로는 게임/플랫폼(127표· 61.6%)이 뽑혔고 2위 제약/바이오(104표·50.5%), 3위 전기전자(40표·19.4%)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코로나 충격업종 1위는 항공(174표·84.5%)으로 나타났다. 2위는 정유(71표·34.5%), 3위는 유통(70표·34.0%)이 꼽혔다. 또 코로나를 계기로 영구적 수요함몰이 발생해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업종 역시 항공(63표·30.6%), 유통(54표·26.2%), 정유(41표·19.90%)로 순위가 비슷했다. 또 구조조정 필요업종 5위권에도 항공·유통·정유가 모두 포함됐다. 결국 크레딧 시장 참여자들은 K자형 회복 상방 업종에 △게임/플랫폼 △제약/제약바이오 △전기전자를 꼽고 하방 업종에 △항공 △정유 △유통을 선택한 셈이다.
또 설문 응답자들은 K자형 양극화의 일시적인지 구조적 변화인지를 5점 척도(5점에 가까울수록 구조적)로 답해달라는 질문에는 3.72점을 줬다. 크레딧 애널리스트 그룹은 3.69점, 채권 매니저·브로커 등 비(非) 크레딧 애널리스트 그룹은 3.74점이라고 답했다. 또 7년 이상 회사채 업무를 맡은 시니어 그룹은 3.76점으로 업무경력 1~6년의 주니어 그룹(3.66점)보다 더욱 구조적 변화라고 판단했다.
SRE 자문위원은 “3.7점을 넘었다는 것은 설문 응답자들이 K자형 양극화를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사회적 모습이 바뀌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SRE 자문위원은 “이전에도 K자형 양극화 조짐이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더욱 가속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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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에 응답한 크레딧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업종별 K자형 양극화는 이미 국내외에서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충격 여파로 기업 전반의 수익과 성장성이 악화한 가운데도 비대면-대면 업종간 실적 차이가 뚜렷이 나타났다. 상장기업 포함 국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약 2만개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2분기 ‘제조업’의 매출액 증감률(직전 분기와 비교)은 -12.7%였으나 ‘비제조업’은 -6.5%로 절반 수준이었다. 매출액 증감률은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세부 종목별로 보면 차이는 더욱 선명하다. 국제유가 하락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은 -26.8%, 항공업이 포함된 운수업은 -15.8%로 성장성이 눈에 띄게 악화했으나 정보통신(-0.2%), 기계·전기전자(-1.0%) 등은 여파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특히 정보통신 업종은 2분기 영업이익률(수익성지표)이 9.5%로 오히려 전년 동기(8.9%)보다 높았다. SRE 자문위원은 “코로나 이후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상승만 봐도 이들 업종의 성장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도 마찬가지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발간한 ‘글로벌 경제의 K자형 회복현황 및 시사점 점검’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으로 비대면 활동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인해 미국 내 정보통신·소프트웨어·전자상거래·바이오 등의 업종은 가파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요식·관광·오락·전통 도소매업 등 대면서비스 업종은 여전히 손실회복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항공사·호텔·백화점·놀이공원 등은 여전히 사용자의 심리적 장벽이 높아 부진을 면치 못하고 파산 직전에 도달했다”며 “쇼핑몰·리조트·쇼핑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시장도 재택근무 정착 등 구조적 변화로 위기 이전 수준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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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를 통해 드러난 K자형은 업종별 양극화에만 있지 않다. 사회경제계층별, 국가별(지역별), 기업의 규모별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발표한 ‘2021년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에 따르면 코로나 피해가 한창이었던 5월 중순 미국 임금소득 상위 25% 취업자수는 코로나 이전(2월16일) 대비 7% 감소에 그쳤으나 하위 25%는 취업자수가 40% 넘게 급감했다. 또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말 대비 9월말 현재 학사 학위 이상 학력 노동자는 상실한 일자리를 거의 회복했으나 고졸자 일자리는 11.7%, 고교중퇴자 일자리는 18.3% 감소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 8월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 월평균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18.0% 줄었으나 5분위(상위 20%) 가구는 4.0% 감소했다. 또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전년 대비 15.9% 급감했으나 5분위 가구 사업소득은 2.4%로 주는 데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K자형 양극화도 감지된다. 한국은행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 대기업의 총자산증가율(성장성)은 전 분기 대비 상승, 매출액세전순이익률(수익성)은 전년 동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중소기업은 2개 지표 모두 하락했다. 미국 역시 글로벌 대기업과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등 대형 IT기업은 오히려 코로나를 발판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기업은 그동안 비대면 트렌드 기술 투자가 축적돼 적응에 용이한 반면 중소기업은 이에 뒤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차이도 크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쓴 미국·독일·일본 등은 가계 구매력이 빠르게 반등해 5~6월부터 작년 말 수준을 회복했으나 신흥국들은 여전히 코로나 방역도 급급한 상황이다. 신흥국의 코로나 대응 규모는 GDP의 20%에 달하는 선진국(6월 기준)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n개의 K자형 양극화를 잘 대응하지 못 할 경우 상당한 후유증과 함께 장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상원 부전문위원은 “K자 하단 회복이 장기간 지체되면 국제공조 약화, 소득 불균형·사회적 갈등 심화로 글로벌 경제 기반이 훨씬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하방경로에 속한 집단·영역의 충격이 상방경로에 포함된 집단·영역으로 확산되면 실물경제가 L자형은 물론 I자형 수직낙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이후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경기는 현재 나이키형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