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대응에 대해 “이미 늦었다”라고 입을 모은다. 고령화가 선진국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진행될 줄 몰랐기에 대책을 채 마련하기 전부터 부정적인 영향이 먼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고령화 해법 중 가장 시급한 것으로 손꼽는 것은 `일하는 노인`이다. 이를 위해 정년 연장과 노인 일자리 확대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년 연장은 노인들이 빈곤에 빠지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동시에 노인 인구 부양에 필요한 국가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손꼽히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정부가 현재 60세에서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노후 빈부 격차를 심화할 수 있고, 청년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며 사회가 받을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미 독일과 스페인, 싱가포르 등 해외 많은 국가에서는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해온 사례가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년 연장을 한 번에 해결하려 하니 반대에 부딪히고 정치권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독일처럼 몇 년생부터는 61세에 정년을 맞고, 또 몇 년생부터는 62세에 정년을 맞도록 단계적으로 연장을 추진하는 로드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 시간을 단축해 노인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적 기업 등 노인 맞춤형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며 “법정 노동시간을 줄여 전체 일자리를 나누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해외 노동 인력을 받아들이는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는 충고도 나온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력 중 10년 인상 숙련된 인력도 많다”며 “이들을 국가 자원으로 받아들여 우리 사회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기준 상향 조정 등의 정책 변화는 기대수명 연장 등으로 필요한 정책이라고 보면서도 그에 앞서 정년 연장과 노인 일자리 보장 등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노인 연령기준 상향은 사회복지 수급연령 등 정부 정책을 위해 필요하지만 정작 노인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일자리”라며 “노령 인구가 연금제도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한 일을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