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기업구조조정 ‘세일즈 앤 리스백’ 제도…실효성 도마 위

문승관 기자I 2019.09.20 05:55:00

경기침체로 위기 기업 늘고 있지만…혜택 받는 기업 드물어
가격산정· 손실처리 등 구체적 기준 없어…연구자료 미미
당국 "새 평가 기준 마련"…민간 참여 적어 정책금융 부담 커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자본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겠다며 지난 7월 발표한 금융당국의 기업 ‘세일즈 앤 리스백’(S&LB·매각 후 재임대) 제도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며 도마 위에 올랐다.

기업 ‘세일즈 앤 리스백’은 유동성 한계에 다다르거나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돕기 위해 시설이나 부지를 정책금융과 펀드가 일정 기간 사들여 운영자금을 지원한 후 정상화하면 다시 재매입할 권리를 주는 방식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파산 기업이 늘고 있지만 세일즈 앤 리스백을 통해 도움을 받는 기업은 극소수여서 역할론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정성·정량적 평가 기준을 새롭게 마련해 객관적 표준심사제도를 마련하고 임대기간도 최장 8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등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기준 등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김다은 기자)


가격 산정·대상 기업 선정 등 ‘첩첩산중’

금융당국 관계자는 19일 “위기에 처해 있는 기업의 지원 확대를 위해 세일즈 앤 리스백 절차를 개선하고 있다”며 “임대제도 개선을 비롯해 기업의 자산 재매입 부담을 줄여주려는 방안 등을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업 세일즈 앤 리스백의 가장 큰 장애물로 공장부지와 시설 등에 대한 매매가격 산정을 꼽는다. 자산을 사들이는 펀드나 기업 모두 동의하는 ‘접점’이 필요하지만 ‘공정가격’을 정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무엇보다 기업이 보유한 토지와 시설 등에 대한 가격 산정과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토지 가격 하락 시 손실 처리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적정 경매가나 임대료 등에 대해 충분한 분석과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며 “기업 세일즈 앤 리스백에 대한 실효성 연구 자료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기업에 우선 매수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기업은 공장시설이나 부지를 다시 사들이기 위한 비용 부담과 함께 취득세, 보유세 등 과중한 세금을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내야 할 임대료 산정과 납부까지 포함해 부담을 줄이도록 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선 기업에 우선 매수권을 주고 연불(일정한 금액을 해마다 나눠내는 것)할 수 있도록 지원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세금 부분은 세정당국과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투자대상 찾기 어려워

세일즈 앤 리스백 제도가 활성화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경기침체로 투자 대상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임대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늘리고 경영정상화 평가 대상 기간도 현행 5년에서 8년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가뭄에 콩 나듯 평가대상을 찾고 있다.

경영참여형 PEF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회생 신청 기업 중 인수할 만한 대상을 찾기가 어렵다”며 “인수할 가치가 있는 회사는 미리 인수자를 정해놓은 뒤 회생 절차를 밟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경쟁력이 없어 인수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파산을 신청한 회사는 투자 대상으로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며 “회수 기간이 길고 예측 가능성이 낮은 자산이 늘면서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어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매정보사이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전국 공업시설 경매 물건은 지난해보다 4% 증가했지만 낙찰률은 지난해 34.7%에서 올해 32.6%로 소폭 감소했다.

정책금융 부담만 가중…민간 출자 유인 없어

결국 기업 세일즈 앤 리스백 제도로 정책금융 부담만 가중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경영참여형 PEF 시장 규모는 약 80조원으로 이중 정책금융기관이 전체 10%를 차지하고 있다.

회생금융(DIP) 분야의 수요는 늘고 있지만 자본시장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제도 미비 등으로 민간 금융을 끌어들일 유인이 없다 보니 정책금융기관과 채권단 부담만 커지는 양상이다. 금융당국도 뾰족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영정상화에 대한 투자는 리스크가 크고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다”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정책금융기관이 경영정상화 사모펀드(PEF) 출자자(LP)로 참여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 등에 대한 앵커투자자의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민간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주요 출자자(LP)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해 PEF, 민간 금융 등 공동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