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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금융의 자동화가 아니라 지능화 시대가 열릴 겁니다. 이전에 삼성 반도체에서 일했을 때도 그랬듯 일단 판을 벌려놓고 실험을 하며 기술과 금융간 융합을 준비해야 합니다.”
15년간 삼성전자에 몸 담았던 소프트웨어 분야 최고 전문가인 김정한(57) 하나금융 융합기술원장(하나금융 최고데이터책임자 부사장)은 12일 그룹 공동의 ‘융합형 데이터 전문가(DxP) 과정’ 신설 직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융합형 데이터 전문가 과정 ‘첫 작품’
김 원장은 지난 2003년 삼성전자 입사 후 시스템LSI사업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센터장, 메모리사업부 소프트웨어개발팀장, DS부문 소프트웨어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고 2017년 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요청으로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삼성전자에 합류하기 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필립스반도체에서 재직했다.
김 원장이 이끌고 있는 하나금융 융합기술원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선행 연구하는 조직이다. 금융권에서는 매우 파격적으로 석·박사급 기술 인력만 40여명이 일하고 있으며 현재 빅데이터 분석·예측모델 개발 전문가를 추가 채용 중에 있다. 하나금융이 서울대 공대와 협업해 최근 발표한 융합형 데이터 전문가 과정은 그가 합류한지 1년6개월 만에 내놓은 ‘첫 작품’이다. IT 기술 공학자가 현업의 은행원과 1:1로 붙어서 4개월간 집중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금융에 IT를 이식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새로운 표현법을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다.
김 원장은 “(기술에 인색한 금융회사에 융합의) 판을 깔아주고 씨를 뿌리는 단계”라고 했다. “금융회사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여러 형태의 기술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일단 기술 인력과 금융 인력이 쓰는 용어부터 서로 이해해야 하고요. 그러면 조직 내 의사결정력도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이번 과정이 그걸 위한 겁니다.” 김 원장은 외부에서 온 기술 인력을 기존 은행 현업에 배치해 현장에서 융합하는 아이디어도 갖고 있다. 그렇게 실제 과제를 해결하면서 여·수신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고도화 하겠다는 것이다. 고객 자신보다 고객을 더 잘 아는, 이른바 ‘금융의 지능화’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금융권의 ‘퀀텀점프’ 기회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AI와 빅데이터는 과거 산업혁명 때 증기기관에 해당한다”며 “기술이 금융에 미칠 큰 변화가 있을테니 미리 준비하면 편안하게 변화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아울러 “하나금융이 품격있는 실험을 한다고 생각해서 합류했고 앞으로도 외부 전문가를 더 데리고 오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회장은 하나금융의 미래 콘셉트를 “데이터 기반의 정보회사”로 설정하고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금융권은 보수적?…생각하기 나름”
삼성 반도체를 상징하는 말이 ‘초격차’다. 김 원장은 삼성전자 재직 당시 반도체 초격차를 줄곧 강조했던 권오현 회장과 내내 함께 일했다. 과연 금융권에서도 초격차는 가능할까. “금융업과 제조업은 분명 다릅니다. 삼성전자에 있을 때는 (세계적인 플래시메모리업체인) 샌디스크 등과 경쟁이 쉽지 않았지만 차차 나아지는 과정에서 ‘1등 DNA’가 생겼는데요. 그게 금융권에도 맞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외부에서 좋은 분들을 모셔와 자유롭게 소통하며 융합 정체성을 찾아가면 저절로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지금 뿌리는 씨앗의 열매는 (기술과 금융간 분리가 의미가 없어질 시대의) 후배 세대가 거둬갈 것으로 봐요.”
김 원장은 금융권이 보수적이라는 세간의 시선에도 해석을 달리했다. 그는 “보수적인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기술하는 사람과 금융하는 사람이 이해하고 소통하면 그게 선진적이고 혁신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1962년생 △한양대 전자공학과 △카이스트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필립스반도체 연구원 △삼성전자 DS부문 소프트웨어연구소장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 △SK그룹 전략기술기획 전문위원 △서울대 벤처경영학과 객원교수 △하나금융 융합기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