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20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ILO 핵심협약 비준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합리적인 토론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경영계 의견은 아직 검토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타협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노동·경영계 인사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양 측의 입장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박 교수는 작년 11월 발표된 공익위원 권고안에 대해선 “ILO 핵심협약에 대해 너무 우호적으로 평가한 부분이 있다”며 “ILO 협약을 비준한다는 이름하에 노동계 민원사항을 한꺼번에 반영하려던 것은 아닌지 토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박 교수는 권고안에 포함된 설립신고제 폐지·전임자 급여 허용 등을 대표적으로 언급했다. 박 교수는 “그렇게 하는 나라가 없다”며 “이미 근로시간을 면제하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노조 활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비준 협약이 필요하다면 무엇이 꼭 필요한지 토론해봐야 한다”며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무엇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 지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파업 시 대체근로’에 대해서도 노사 간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 생각이다. 그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영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것이지만 노동계 입장에선 파업효과가 떨어진다며 반대한다”면서도 “국민 생명이나 안전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혹은 기업의 긴급 업무에 한해 대체근로를 인정할만한 케이스가 분명히 있다. 노사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으로 경영계는 이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일본의 경우 3년,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정해놓지 않는다”며 “근로조건 개선은 임금협상 교섭으로 이뤄진다. 유효기간은 연장하더라도 임금협상 교섭주기를 늦추는 방식도 제안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경사노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선 “내부에 소통 상 문제가 분명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한 쪽은 ‘이렇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그런 주장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10명의 내부 위원 간에 소통이 안되는 상황에 비준을 밀어붙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압박하는 태도 역시 비판했다. 박 교수는 “지금 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는다고 위협적인 상황이 오는 것도 아니다”며 “이렇게 한 쪽을 위협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태도는 맞지않다”고 쓴소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