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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협약, 경영계 요구 무조건 반대 안돼..합리적 토론장 마련을”

임현영 기자I 2019.03.21 06:00:00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동계 민원사항 한꺼번에 반영하려던 측면"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 아직 논의다운 논의를 시작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경영계의 요구사항은 헤드라인만 보고 덮지 않았느냐. 실체적 내용조차 모른 상태에서 공중전으로 바뀌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20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ILO 핵심협약 비준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합리적인 토론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경영계 의견은 아직 검토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타협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노동·경영계 인사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양 측의 입장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박 교수는 작년 11월 발표된 공익위원 권고안에 대해선 “ILO 핵심협약에 대해 너무 우호적으로 평가한 부분이 있다”며 “ILO 협약을 비준한다는 이름하에 노동계 민원사항을 한꺼번에 반영하려던 것은 아닌지 토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박 교수는 권고안에 포함된 설립신고제 폐지·전임자 급여 허용 등을 대표적으로 언급했다. 박 교수는 “그렇게 하는 나라가 없다”며 “이미 근로시간을 면제하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노조 활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비준 협약이 필요하다면 무엇이 꼭 필요한지 토론해봐야 한다”며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무엇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 지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파업 시 대체근로’에 대해서도 노사 간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 생각이다. 그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영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해달라는 것이지만 노동계 입장에선 파업효과가 떨어진다며 반대한다”면서도 “국민 생명이나 안전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혹은 기업의 긴급 업무에 한해 대체근로를 인정할만한 케이스가 분명히 있다. 노사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으로 경영계는 이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일본의 경우 3년,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정해놓지 않는다”며 “근로조건 개선은 임금협상 교섭으로 이뤄진다. 유효기간은 연장하더라도 임금협상 교섭주기를 늦추는 방식도 제안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경사노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선 “내부에 소통 상 문제가 분명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한 쪽은 ‘이렇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그런 주장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10명의 내부 위원 간에 소통이 안되는 상황에 비준을 밀어붙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압박하는 태도 역시 비판했다. 박 교수는 “지금 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는다고 위협적인 상황이 오는 것도 아니다”며 “이렇게 한 쪽을 위협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태도는 맞지않다”고 쓴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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