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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거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유를 마셨다 하면 배가 슬슬 아파오고 가스가 차거나 속이 불편해 화장실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우유에 포함된 탄수화물 영양소 중의 하나인 젖당을 분해하는 효소 ‘락타아제(Lactase)’가 없거나 부족해서 발생하는 증상으로, 의학적으로는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乳糖不耐症)’이라고 한다고 우유를 마시면 칼슘이 빠져 골다공증 발생률이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사실 이건 큰 문제가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유당불내증을 가진 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우유도 흔하다. 하루 한 잔의 우유가 바로 골다공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를 반박하는 연구결과도 많다.
최근 부각된 우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유를 생산하는 현대 축산시스템이 너무나도 비도덕적이라는 데 있다.
‘공장식 축산시스템’에서 젖소는 ‘생명’이 아닌 ‘기계’로 취급당한다. 젖소는 좁은 축사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1년에 열 달 이상 우유를 생산한다. 송아지는 태어난 즉시 엄마 소를 떠나 다른 축사에서 자란다. 젖소가 생산하는 우유는 송아지가 아닌 사람을 위한 것어서다. 젖소의 평균 수명은 5~6년. 자연상태에서의 소의 수명이 15~20년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명이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다양한 이유로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는 젖소는 즉시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소의 비극은 인간에게로 이어진다. 공장식 축산시스템에서는 항생제가 필수다. 계속 우유를 짜내야 하기 때문에 유방염에 걸리기 쉽고 밀집 사육 체제에서는 세균에 감염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의 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기준치 이하로 관리한다고 하지만 항생제 우유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공장식 축산시스템은 환경에도 해악을 끼친다. 우유를 생산하는 젓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곡물이 소모된다. 국제연합(UN)의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경작지의 33%는 가축을 먹이기 위한 사료용 작물을 재배한다.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먹을 게 없어 죽거나 난민이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이없는 일이다. 반추동물인 소가 되새김질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공장굴뚝 못지 않게 오존층을 파괴한다.
이 많은 부작용에도 대량사육체제는 여전히 현대 축산산업의 메인스트림이다. 우유 자체 뿐 아니라 빵과 과자를 비롯해 온갓 식품에 우유가 들어간다. 아몬드우유, 귀리우유 등 많은 대안(혹은 가짜) 우유가 나왔지만 우유 자체를 온전히 대체해주지는 못한다. 아침 출근길 카페라떼는 바쁜 일상 속 여유를 가져다주고 우유를 이용해 만드는 요구르트, 치즈, 버터, 크림, 아이스크림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우유 자체를 죄책감 없이 먹을 수는 없을까.
생물학자인 리안 판디야와 패루멀 간디가 2004년 창업한 퍼펙트데이는 이런 발상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젖소의 DNA 서열을 바이오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고 이를 효모에 삽입해 우유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카제인과 유청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우유는 젖소에서 우유와 성분학적으로 동일하다. 심지어 요구르트, 치즈 등 다양한 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야말로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우유’인 셈이다. 이들의 기술은 큰 주목을 받으면서 약 4000만달러를 펀딩받았고 지난해 11월 포브스에서 선정한 주목할 만한 30세 미만 혁신가로도 꼽혔다. 퍼펙트데이 창업자 중 한 명인 리안의 나이는 현재 28세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상품화에도 들어갔다. 퍼펙트데이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식품업체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에 이렇게 만들어진 카제인과 유청을 공급한다.
퍼펙트데이에 투자한 테마섹의 이사인 아탑 마투라는 “2018년 전 세계 유제품 시장은 6000억달러 규모”라며 “1% 점유율만 차지한다고 해도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