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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기로 놓인 성동·STX조선해양…골든타임 놓칠까 좌불안석

남궁민관 기자I 2018.01.05 06:01:00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부로부터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되는 장기간 실사로 이미 정상적인 수주활동이 불가능해진 상황인 데다, 실사 결과 행여 회사가 청산수순으로 돌입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작업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지난 3일부터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한 실사에 본격 돌입했다. 실사는 2월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산업통상자원부와 채권단의 의견 반영을 거쳐 3월초 양사의 회생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양사는 이번 실사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 2016년 6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적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신을 키웠다. 특히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장기간 진행되는 실사가 되레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거의 5개월 간 영업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RG발급조차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또 성동조선해양 관계자 역시 “선주들은 향후 1~2년 뒤 상황을 고려해 발주를 진행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 발주를 꺼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현재 양사의 재무적 경영현황을 살펴보면 사실 청산 방향에 좀 더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 3537억원, 영업손실 381억원을 기록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급휴가 등 비용통제를 통해 회계상 손익은 STX조선해양보다는 나은 편이다. 같은기간 매출액은 4090억원, 영업이익은 440억원을 냈다.

부채총계 등 재무구조는 법정관리를 거친 STX조선해양이 나은 편이지만 계속영업을 하기 위한 유동성 문제가 발목을 잡는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총계는 STX조선은 1조1755억원, 성동조선은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STX조선은 약 3000억원 수준, 성동조선은 300억원 수준으로 양 사 모두 신규 수주를 하려면 꾸준한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정부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양사의 이같은 경영현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정부가 최종적으로 회생 여부 결정시 이같은 재무적 수치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조선산업 생태계 및 양사의 현실적 수주경쟁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들은 해양 플랜트나 초대형 선박, 중견 조선사들은 중대형 상선, 소형 조선사들은 연안여객선과 특수선·다목적선 등 특화된 선박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중견 조선사들의 고사는 이같은 생태계 붕괴와 함께 기술 집약 산업으로의 도약을 막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중견 조선사가 무너지면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중국업체들이 될 것”이라며 “이는 곧 대형 조선사들의 목줄까지 죄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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