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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봉투 난무하는 ‘강남 재건축’ 현장

논설 위원I 2017.10.18 06:00:00
서울의 재건축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공사 수주를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금품공세가 난무하고 있다. 백화점 상품권은 물론 외국산 명품가방, 과일세트 등이 조직적으로 뿌려진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한 표를 부탁하려는 의도에서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조합원에게는 별도로 두툼한 돈봉투가 전달되기도 한다. 재건축 공사권을 금품으로 매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건축 수주전이 이렇게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GS건설이 며칠 전 폭로한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강남의 어느 재건축단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한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이라며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들의 금품제공 사실을 공개했다. GS건설은 다른 재건축 단지에서도 금품살포 신고를 받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수사의뢰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재건축 다툼이 자칫 고소·고발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금품을 동원한 대형 건설사들의 과열경쟁은 벌써부터 예고됐던 바다. 지난달 일대 격전을 치른 서초구 반포주공 아파트의 재건축 수주전이 대표적인 경우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급 호텔 코스요리에 호화판 선물세트가 뿌려졌다. 공사권을 따낸 현대건설이나 경쟁사로서 이번 폭로의 당사자인 GS건설이나 마찬가지였다. 국토교통부가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엄중 경고하고 나섰으나 아직 구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재건축 수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건설사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불법 여부를 떠나서도 이처럼 수주전에 동원되는 금품이 그대로 건설 원가에 반영된다는 점이 문제다. 금품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는 높아지기 마련이며 덩달아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움직여 서민들의 내집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재건축 붐으로 인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직 주택 수요가 넘치는 강남권 곳곳에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8·2 대책’ 이후 잠시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데도 재건축 열풍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단속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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