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뇌물 재판…이재용 무죄여도 박근혜는 유죄?

이승현 기자I 2017.08.25 05:30:00

뇌물죄 특성상 공여자 유죄면 받은 쪽도 유죄
검찰 특수본 제3자 뇌물죄와 직권남용·강요혐의도 적용
이재용 무죄 때도 금품 제공 강요죄로 유죄 가능성

지난 2014년 9월 대구무역회관에서 열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박근혜(65) 전 대통령 재판의 핵심은 두 사람이 실제로 수백억원대의 뇌물을 주고 받았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와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가 각각 이 부회장 재판과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맡아 별도사건으로 진행했지만 공여자와 수여자가 모두 있어야 하는 뇌물범죄의 특성상 사실상 쌍둥이 재판이다. 25일 이재용 부회장 선고를 보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방청권 추첨에 몰려든 것도 이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이날 판결이 10월로 예상되는 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부정 청탁의 대가로 서로 공모 관계인 박 대통령과 최순실(61)씨 측에 총 433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구체적으로 삼성의 코어스포츠 지원 약속금액 213억원(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은 단순 뇌물공여죄이며, 미르·K스포츠재단과 영재센터 지원금 220억원 대해선 제3자 뇌물공여죄라고 판단해 기소했다.

만약 25일 이 부회장 재판의 선고공판에서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박 전 대통령 역시 자연스럽게 뇌물수수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 삼성 측에서 최씨가 실제 소유했거나 사실상 지배한 코어스포츠와 미르·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에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된다. 재판부가 이런 상황에서 이 돈의 성격이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연관되고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도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 소재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삼성의 승마지원이 단순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돈을 직접 받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범행공모를 한 게 입증되야 한다”며 “이 부회장의 단순 뇌물공여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박 전 대통령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가 무죄로 나와도 박 전 대통령이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4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때 삼성에서 받은 미르·K재단 출연금과 영재센터 기부금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와 함께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도 적용했다. 돈을 받은 행위가 뇌물의 성격이 있지만 또한 대통령 권한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받아낸 요인도 있다는 취지에서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의 재판부가 이 돈이 강요의 성격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와는 별개로 재판부가 강요죄로 유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 부회장 사건 재판부가 25일 선고공판의 TV생중계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박 전 대통령 선고재판이 첫번째 생중계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은 지난달 피고인 동의가 있거나 동의가 없어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재판장 재량으로 1·2심 선고를 생중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전직 대통령 재판인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아 생중계를 통한 알권리 실현 등 공익이 상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지난 5월 첫 공판 때 취재진의 법정 촬영을 일부 허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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