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 주변과 같은 노후 주택 지역은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정비사업을 할 수 있다. 법안은 최소 2가구 이상의 단독이나 다세대주택의 경우 각종 혜택을 받아 소규모로 재건축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담고 있다.
반면 뉴타운 구역이 최근 해제돼 개발이 중단된 지역의 노후화된 빈집은 마땅한 슬럼화 대안 마련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서울 시내의 재개발사업이 더딘 빈집이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으로 변신한다.
◇ 빈집, 1년 6개월새 7700가구 급증
서울시가 6개월 이상 수도 기본요금이 고지된 주택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8월 말 현재 빈집으로 추정된 가구는 1만932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2월 1만1622가구 보다 7700가구나 늘어난 수치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1192가구로 가장 많았고, 성북(1153가구)·동대문(1130가구)·서대문구(1073가구) 등이 1000가구 이상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빈집 중에는 미분양과 미입주 아파트가 상당수 포함돼 모든 가구를 사람이 떠난 폐가로 볼 수는 없다”며 “최근 상당수 주민이 떠나 빈집이 몰려 있는 은평구 녹번동과 성북구 정릉동 등을 찾아 임대주택 공급 사업 타당성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권은 25년 이상 된 재건축 대상 노후 아파트의 빈집이 많았고, 강북권은 장기간 재개발 사업이 지연된 지역의 다세대·다가구주택의 비중이 높았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방 3개 이상의 단독·다가구·다세대 노후주택을 쉐어하우스 형태로 리모델링해 주거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사업은 서울시가 지정한 두꺼비하우징 등 도시 재생 사회적기업이 빈집 소유주로부터 주택을 장기 임대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임대주택에 대한 운영과 관리도 사업 시행사가 맡게 된다. 서울시는 리모델링 공사비로 2000만~4000만원을 지원한다.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받은 집주인은 주변 시세보다 80% 이하의 임대료를 받고 최소 6년 이상 임차인을 유지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빈집을 리모델링해 주거 취약층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20여곳에 150명을 입주시켰다.
◇ “집 주인 인센티브 대폭 늘려야”
하지만 늘어나는 빈집의 규모와 청년층 임대주택 수요를 감안하면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한 임대공급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서울시내 뉴타운·재개발 등 전체 정비구역 683곳 중 절반 이상인 363곳은 이르면 오는 3월말 직권해제될 예정이다.
서울시의 지난해 빈집 프로젝트 예산은 8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이 보다도 적은 7억80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는 빈집 32개동(1개동당 5가구 임대주택 공급 목표)을 리모델링해 총 160가구를 공급한다는 게 서울시 목표다. 이는 서울시가 올해 공급 계획인 임대주택 1만5000가구(예산 약 9000억원)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집주인들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빈집 프로젝트를 통해 임대료 제한 등을 적용받는 것보다는 일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개발에 따른 전매 차익을 얻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입주 자격 요건이 소득 하위 70% 이하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주변 상권 활성화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빈집을 활용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집주인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빈집을 떠난 집주인 입장에서야 시간이 지나면 재개발을 통해 지역 시세에 맞게 노후주택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임대주택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며 “주거 취약층인 청년층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서는 사업 초기 지원 규모나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