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용갑 기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S7·LG전자의 G5 등 최신형 스마트폰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불법 보조금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점들이 법정지원금(공시지원금+대리점 추가지원금) 외에 30만원대의 불법 보조금을 추가로 뿌리면서 출고가 83만 6000원인 S7은 37만원선에, G5(출고가 83만 6000원)의 경우 34만원선에 구입이 가능하다. 2014년 10월 정부는 ‘무분별한 휴대폰 보조금 경쟁을 막겠다’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제정해 법정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했지만 유통현장에서는 소 귀에 경읽기다.
갤러시S7 vs G5 불법보조금 전쟁
지난 주말 ‘보조금의 성지(聖地)’로 통하는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이곳 9층에 있는 휴대폰 판매점 사장 K씨는 “‘요금제 5만 9900원·6개월 가입’ 조건으로 (불법 보조금) 30만원을 더 주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가입한 통신사를 KT로 변경하면서 갤럭시 S7을 구입할 경우 공시 지원금(14만 3000원·3월 기준)과 대리점의 추가 지원금(2만 1400원)을 뺀 정가는 67만 1600원. 여기에 불법 보조금 30만원을 추가로 받으면 37만 1600원에 갤럭시 S7을 구입할 수 있다.
서울 광진구 군자역 인근의 한 스마트폰 매장에서는 LG G5를 34만 1600원에 살 수 있다. 법정 지원금은 16만 4400원이지만, 이 매장에서는 ‘요금제 5만9900원·6개월 가입’ 조건으로 불법 보조금 33만원을 추가로 제공한다.
이처럼 신형 스마트폰 출시 때마다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신제품 출시 초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이 막대한 판매 장려금을 풀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제조사는 최신 기종이 출시되면 통신사는 가입자 수를, 제조사는 스마트폰 단말기 판매 수를 유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지원금과 장려금 등을 확대한다. 최신 기종 스마트폰을 500대 이상 판매할 경우, 대리점은 1대당 4만~5만원의 인센티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스마트폰 대리점 사장은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편법이지만 제조사와 통신사에서 판매점에 은밀히 지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시장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시적으로 지원금과 장려금을 꼼수로 지급한다”며 “수십만원의 불법 보조금을 주고도 판매점이 장사가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폰파라치 피하려 암호로 고객 유인
정부가 불법보조금 근절을 위해 제보자에 포상금을 지급하면서 불법 보조금 지급 방식은 더욱 교묘하고 은밀해졌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기존의 페이백(Payback·정가에 개통했다가 일정 기간 후 추가 보조금을 계좌이체로 돌려주는 수법) 대신 현금으로 지급한다. ‘폰파라치’를 막기 위해 지인 등의 소개로 알음알음 연락해 온 사람만 상대하는 다단계 점조직식 판매도 등장했다.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도 불법 보조금 관련 게시물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단속이 쉽지 않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인기다. 페이스북에는 신도림에서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신도림 원정대’ 페이지가 등장했다, 판매점은 네이버 밴드 등 모바일 커뮤니티로 매장 위치나 불법 보조금 지급 정보를 공유한다.
현재 1200명 정도가 가입해 있는 A밴드에는 ‘빅뱅 지드래곤, 배우 차태현은 몇 살일까요’ 등 보조금 액수를 암시하는 글이 올라 있고, B밴드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주인공 이름을 딴 판매자가 ‘미팅시간 확인 부탁드린다’는 글에 ‘갤에쎄 32개피 현아 미팅 34초’ 등과 댓글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갤에쎄 32개피 현아 미팅 34초’는 “갤럭시 S7 32기가 기기는 현금 34만원에 살 수 있다”는 은어다. 이들은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일대일 채팅으로 문자를 주고 받으며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이동전화 불공정 행위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총 452건. 이 가운데 지원금 과다 지급 신고가 164건(36%)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근 단속이 강화되면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법이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며 “단말기 공급 제한 외에 다양한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