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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칼럼]금융투자업, 자기자본 규제 완화 시급하다

김도년 기자I 2013.11.11 07:00:00
[박원호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얼마 전 5개 대형증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지정됐다.

투자은행이 되면 기업 인수합병에서 인수자금을 대출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기업신용공여업무와 연기금·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한 자금모집, 운용자금 대출, 주식매매위탁 등 전담중개업무를 할 수 있다. 이런 업무를 하기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증권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차입이나 자기자본에 의존해 돈을 마련한다. 증권회사의 자기자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NCR이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과 같은 개념으로 금융투자회사의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이 비율이 일정 수준(150%)에 미달하면 감독당국은 경영개선권고, 요구, 명령 등 적기시정 조치를 내린다.

증권회사가 IB업무를 하기 위해 신용공여를 할 때 신용공여액은 영업용 순자본에서 전액 차감된다. 만약 자기자본의 10%에 해당하는 신용공여를 하면 대형 IB 5개사의 NCR은 평균 75%포인트 가량 낮아진다.

증권회사의 핵심업무인 인수, 매매를 활발히 해도 분모인 총 위험액이 급증해 NCR비율은 떨어진다. 반대로 인수나 매매 규모를 줄이거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고객 자금이 줄면 총 위험액은 감소해 NCR비율이 오른다. 동양그룹 사태 여파로 대량의 고객자금이 빠져나간 동양증권의 9월 말 NCR이 동양그룹 사태 발생 전보다 오히려 오른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증권사의 ‘슈퍼갑’이라 할 수 있는 연기금 등은 주식주문 이행과 NCR비율 사이에 큰 연관성이 없음에도 거래 증권사를 선정할 때 NCR비율이 400~450%인 증권사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자본적정성을 평가할 때 NCR이 높을수록 높은 등급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는 높은 NCR을 유지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발행이율이 높은 후순위 채권을 발행하기도 한다.

위험을 무릅쓴 과감한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시장의 위험자본 공급 기능을 키우고 금융투자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NCR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먼저 적기시정조치 기준이 되는 비율인 150%를 내려야 한다. 은행법은 BIS비율을 8% 이상으로, 보험업법은 지급여력비율(RBC)을 100% 이상으로 유지토록 하고 이 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를 취한다. 자본시장법상 NCR비율은 100%만 넘기면 되지만, 적기시정조치 기준은 이보다 높은 150%로 운용하고 있다. 증권회사의 자본 활용도를 높이고 다른 금융권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적기시정조치 NCR비율을 100%로 내려야 한다.

또 증권업 특성 등을 고려한 NCR 산정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IB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3개월 초과 대출채권 등 신용공여 금액은 영업용 순자본에서 빼지 말고 분모인 총 위험액으로 산정토록 해야 한다. 은행의 BIS비율 대비 높은 위험가중치를 부과하는 투자목적주식·관계기관 지분·주식관련 사모사채 등에 대한 위험액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나라에 비해 좁은 후순위채 인정 범위(만기 5년 이상 자기자본의 50% 이내)를 넓히고 시장 상황과 투자규모 등에 따라 크게 바뀌는 NCR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장치도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NCR비율을 요구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제도 개선 효과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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