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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소리에 미치다

박철근 기자I 2013.10.14 07:39:11

스마트폰·음원·이어폰 등 고음질 음원 관련 산업 활발
비싼 가격으로 대중화에는 시간 소요 전망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정보기술(IT)업계가 ‘소리’에 빠졌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공되지 않은 원음을 즐기려는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스마트폰, 휴대용 음악 재생기, 디지털 음원 제공 서비스 업체 등 관련업계가 고해상도 음원(24비트·192킬로헤르츠)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해상도 음원 시장은 아직 마니아 중심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면서도 “영상기술도 HD를 넘어 풀HD, 초고해상도(UHD)로 넘어가는 것처럼 소비자의 ‘귀높이’가 높아지면서 고해상도 음원과 관련된 시장 규모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8월 출시한 LG전자(066570) G2를 시작으로 삼성전자(005930) 갤럭시노트3, 팬택 베가 시크릿 노트 등 올 하반기에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이 잇달아 고해상도 원음 제공 기능을 탑재했다.

나용혁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연구소 선임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고품질의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편의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며 “그동안 스마트폰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크기, 화질 등이 경쟁요소였다면 앞으로는 음질이 경쟁 화두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음원 재생기 전문 생산업체도 이미 고해상도 음원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로 불렸던 아이리버(060570)는 지난해 고해상도 음원 재생기 ‘아스텔&컨’으로 음원 재생기 시장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정덕희 아이리버 마케팅실 과장은 “아스텔&컨 제품의 매출이 회사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면서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제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이리버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있다”고 말했다.

휴대용 기기를 통해 음악 감상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고급 이어폰·헤드폰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국내 이어폰·헤드폰 시장규모는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도 전년대비 10% 이상 성장한 11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시장규모가 커진 것은 고해상도 음원을 즐기기 위한 고가의 이어폰·헤드폰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해상도 음원 재생 기기의 확산으로 음원 사이트도 고해상도 음원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있다. 아이리버는 지난 1월 24비트의 고음질 음원 MQS(Mastering Quality Sound)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루버스’를 오픈하고 서비스에 나섰다. 또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과 네이버(035420), KT(030200) 지니, 벅스 등도 지난 6월부터 하이파이 음원 제공을 시작했다.

한희원 멜론 마케팅팀 팀장은 “음악을 듣는 소비자 수준이 높아지면서 음원사이트도 깨끗하고 맑은 음질을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고해상도 음원 시장의 대중화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기기뿐만 아니라 음원의 가격이 높은 점이 걸림돌이다.

하이파이 음원 전용 재생기 ‘아스텔&컨’의 AK120 모델은 가격이 무려 148만원에 이른다. 고해상도 음원 재생 기능을 내장한 최고급 스마트폰 가격(100만원대 중반)보다도 비싸다. 또 대부분 외국산 제품인 고급 이어폰·헤드폰도 평균 30만~40만원대에 이른다. 지난 8월에는 미국의 음향장비 제조회사 슈어의 120만원대 최고급 이어폰이 국내에 선보이기도 했다. 음원 가격도 일반 MP3 파일가격보다 비싸다. 멜론의 경우 고해상도 음원 가격이 900원이지만, 일부 고해상도 음원 제공업체의 경우 일반음원가격보다 평균 3~4배 비싼 곡당 1800~2400원으로 고해상도 음원을 제대로 즐기려면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음향과 관련된 가격은 고가 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최상의 음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속도는 더디지만 고해상도 음원 시장이 오디오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고해상도 음원 재생 기능이 탑재되면서 전용 재생기기, 고해상도 음원서비스, 이어폰 등 정보기술(IT)업계 전반에 고해상도 음원 관련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LG전자 G2,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 팬택 베가 시크릿 노트. 각 사 제공


<용어설명>

*고해상도 음원

: 녹음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상태의 고음질 음원을 말한다. 일반적인 음악 파일 종류인 MP3와 달리 파일 압축을 많이 하지 않아 세밀한 소리까지 많이 담겨 있다. 고해상도 음원의 수준을 나타내는 비트(bit)와 킬로헤르츠(kHz) 숫자가 높을 수록 원음에 가깝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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