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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직전에 갑자기 대출 안된다니…” 서민들 분통

조선일보 기자I 2006.06.23 08:06:12

주택담보대출 제한… 서민들에 직격탄
일부 은행들, 사실상 대출 중단… 주택 실수요자들 항의

[조선일보 제공] 오는 8월 결혼식을 올릴 서울 S대학의 교직원 정모(33)씨는 22일 평소 거래하던 농협 지점을 찾아가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신혼집으로 3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3000만원을 빌리려 했는데, 그동안 “대출은 걱정말라”던 농협 창구직원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그 직원은 “본점으로부터 이달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정씨는 “집값의 10%밖에 안 되는 돈을 빌리는 것이 부동산 투기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대출을 중단하느냐”고 따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금융감독원이 부동산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주택담보대출 총액한도를 제한하는 금융기관 창구(窓口)지도에 나서면서 일부 은행들이 사실상 대출을 중단, 주택 실수요자 등 고객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이 관련 공문을 발송한 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반드시 본점 승인을 받도록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강남 등 ‘주택 투기지역’ 아파트 관련 대출은 대부분 보류 판정을 내려 사실상 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주택투기지역은 77곳으로 전체 행정구역의 30%에 달한다. 또 은행들이 대출총액을 묶다 보면 결국 비(非)투기지역 주택 관련 대출도 제한을 받게 된다. 국민·하나은행은 조만간 대출금리 인상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얼마 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 올린 데 이어 곧 대출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금감원의 규제가 지나친 간섭”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A은행 임원은 “30년 이상 은행원 생활을 했지만, 은행별로 대출한도까지 제한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 은행 영업권을 침해하는 지나친 규제”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집 마련을 준비 중인 서민층은 이번 조치로 인해 돈을 빌려 집을 구하기가 어렵게 되고,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자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수기자 hongsu@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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