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주 손들어준 대법 "비자금 못 막은 이사, 손배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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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I 2026.03.02 09:00:17

소액주주 35명 제기한 손배소서 일부 파기환송
CR부문 비자금 조성·정치자금 송금 판단 뒤집혀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않았다면 감시의무 위반"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KT 내부에서 수년간 조성된 비자금과 불법 정치자금 송금을 이사가 제대로 막지 못했다면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규모 기업이라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작동시키지 않았다면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시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은 KT 소액주주 35명이 이석채 전 KT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CR부문 비자금 조성과 정치자금 송금 관련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소송은 KT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제기했다. 이들은 임원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사안은 △무궁화위성 3호 해외 매각 △재단법인 미르 출연 △CR부문 임직원들의 부외자금(기업의 장부에 기록되지 않고 거래되는 자금) 조성 및 정치자금 송금 △아현국사 화재 및 통신시설 등급 관리 등 네 가지다.

이중 핵심은 CR부문 사건이다. KT 대외업무를 담당하던 CR부문 임직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할인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약 11억5000만원의 부외금을 조성했다. 이 중 약 4억 3000만원은 수백 차례에 걸쳐 국회의원 111명의 후원계좌로 송금됐다.

특히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는 2016년 9월 국회의원 13명에게 총 1400만원을 송금한 혐의로 기소돼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가 2024년 6월 확정됐다. 이후 미국 증권당국도 KT의 부적절한 업무 집행을 문제 삼아 추징금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1·2심은 무궁화위성 매각과 미르재단 출연, 아현국사 화재와 관련해서는 임원들의 법령 위반이나 임무 해태가 없다고 봤다. CR부문 사건과 관련해서도 황 전 대표의 감시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고, 구 전 대표에 대해서는 일부 위법 행위가 있다고 보면서도 정치자금이 반환 등으로 인해 손해가 전보됐다는 이유로 회사에 대한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사의 감시의무는 회사의 규모와 조직, 업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고도로 분업화된 대규모 회사라는 사정만으로 면제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정보·보고 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시스템들이 구축됐더라도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를 의도적으로 외면해 다른 이사의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업무집행을 알지 못했다면 이사 감시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외자금 조성 자체가 회사와의 위임계약에 따른 임무 해태로서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또 구 전 대표의 경우 정치자금으로 실제 송금된 금액만을 손해로 한정할 특별한 사정을 찾기 어렵고, 의무 위반과 미국 증권당국의 추징금·과징금 부과로 인한 회사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시 의무 해태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해의 범위도 달리 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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