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에 주52시간제 난센스…엔비디아·TSMC 강제퇴근 없다"

김소연 기자I 2025.01.07 05:45:00

[신현철 신임 반도체공학회장 신년 인터뷰]①
"R&D에 근로시간 규제 말 안 된다" 지적
반도체 생태계 구축 시급…정책 마중물 돼야
대만·일본처럼 소부장 튼튼한 피라미드 필요

[이데일리 김소연 조민정기자] “연구개발(R&D) 업무에 주 52시간의 근로시간 규제를 둔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근로시간 규제는 근로조건이나 환경 개선을 위해 나온 것입니다. 육체노동 등이 이뤄지는 분야에 적용이 필요한 것이지, R&D까지 적용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올해 1일부로 제8대 반도체공학회 회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한 신현철 광운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6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 전자정보공과대학장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신년 인터뷰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광운대 교수) (사진=김태형 기자)
신 신임 회장은 과거 삼성전자(005930)와 퀄컴에서 반도체설계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1998~1999년 삼성전자에서 일할 당시 휴대전화 무선통신용 칩을 국산화하기 위해 3~4개월 동안 휴일 없이 일했다”며 “설 당일 하루만 쉬었다. 목표를 가지고 개발하는데, 주 52시간제는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이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회사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집중했다”고 부연했다.

미국은 연간 10만 7432달러 이상 버는 고소득 근로자 등에 한해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운영 중이다. 직무와 소득 요건을 갖춘 근로자에게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를 두는 것이다. 신 회장은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개발을 위해 몰입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은 주 52시간을 법으로 규제하니 이미 분위기가 바뀌어 버렸다”며 일률적인 근로시간 규제를 비판했다.

그는 반도체특별법 처리의 시급성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특별법이 지연되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며 “산업 성장 마중물이 되는 것이 결국 정책인데, 대기업을 비롯해 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생태계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지원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광운대 교수) (사진=김태형 기자)
다음은 신 회장과의 일문일답.

-반도체 산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D램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빠르게 바뀌고, 미국·중국·일본 등과의 관계로 인한 변화도 생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마치 허허벌판에 높고 근사한 빌딩 한 채가 서 있는 구조다. 산업구조와 인력구조 모두 마찬가지다. 대만 TSMC나 일본, 심지어 중국도 튼튼한 뿌리 기업들이 있고 중소·중견기업이 같이 살아가는 구조다. 우린 그렇지 않다. 근본적인 위기다.

-기업 한 곳의 문제가 아닌데, 대책은 무엇인가.

△산업 정책, 정부 정책, 대학 교육, 기업 문화가 전반적으로 많이 바뀌어야 한다. 마중물이 되는 게 결국 정책이다. 반도체특별법이 늦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반도체특별법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말도 있다. 대부분 생산시설이나 제조시설, 사실 대기업 위주 지원인데, 여기에 더해 다른 지원도 추가로 필요하다. 과거에는 D램 하나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체계였다면 이제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로 바뀌고 있다. 특수목적의 반도체 칩이 요구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소재·부품·장비 등 지원이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ASML은 과거에는 중소기업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장비 업체들이 많은데, 이들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산업이 커지고, 대학이 따라가게 된다. 우리는 산업구조가 피라미드식의 탄탄한 구조가 부족한 상황이다.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는 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중소·중견기업이 체감할 지원이 있어야 한다. 가장 큰 게 인력 지원이다. 인건비 등의 혜택 지원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큰 기업들은 생태계가 조성돼 있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등은 생태계가 없다.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술 지원, 인프라 지원, 인력 지원 등이 필요하다. 최근 공공 파운드리 팹 이야기가 나왔는데, 대만은 TSMC가 그 역할을 했다. TSMC가 초기 신생 기업일 때 주변 팹리스 기업, 작은 기업들 제품을 다 만들어줬다. 무료는 아니더라도 쉽게 만들어줬는데, 우린 그런 역할을 하는 팹이 없다. 반드시 공공 팹이 아니더라도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칩을 생산해줄 공장이 필요하다.

-반도체특별법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이견으로 통과가 안 되고 있다.

미국은 근로시간 규제를 하지 않는다. 퀄컴 근무 당시엔 점심시간도 없이, 시간 생각하지 않고 일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기준이 연 10만 달러인데, 캘리포니아에서 주요 반도체 기업에 엔지니어 설계면 10만 달러도 별로 없을 것이다. 이 정도면 모든 엔지니어가 해당할 것이다. 분위기나 영향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빨리 바꿔야 한다.

-주목할 차세대 미래 기술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따라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많이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메모리와 연계해 HBM이 떴다.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이나 CXL(컴퓨터 익스프레스 링크)이 중요해질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아직 시장은 형성되지 않았다. 시스템 아키텍처와 맞물려야 한다. 근본적으로 전력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뉴로모픽 반도체’도 있다. 신경세포가 신호를 전달하듯 스파이크 형식으로 신호를 전달하는데 저전력으로 계산도 하고 통신도 할 수 있다. 기술이 있어도 시장은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여러 응용 분야에 AI 기술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AI 기반의 시스템 반도체를 준비해야 한다.

신현철 반도체공학회장(광운대 교수) (사진=김태형 기자)
◇신현철 회장은…

△KAIST 전기·전자공학과 △KAIST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미국 UCLA 박사후연구원 △독일 다임러벤츠 연구소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연구원 △미국 퀄컴 반도체설계 연구원 △광운대 전자정보공대 학장·교수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전문위원 △국제 시스템반도체 학술대회(ISOCC) 학술대회장 △IEEE 선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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