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일화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지 어제로 두 달이 지났지만 국회는 논의의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면서 논의의 틀도 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으로 간주돼 온 올해를 빈손으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 내년부터는 2026년 전국동시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 선거, 2028년 총선 등 향후 전국 단위 선거가 정치와 국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게 분명하다. 이런 영향이 비교적 덜할 내년 상반기에라도 연금개혁을 끝내려면 국회가 당장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부안의 거의 모든 내용에 대해 여야가 크게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소득대체율의 경우 여당은 정부안대로 40%에서 42%로 올리자는 입장인 데 비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44~50%로 올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보험료율 인상의 세대간 차등화 방안에도 야당은 거세게 반발한다. 가입자수·기대여명·물가의 변동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액이 저절로 조정되도록 하는 자동조정장치는 ‘자동삭감장치’일 뿐이며, 세대간 차등화는 ‘능력에 따른 부담’이라는 사회보험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여야가 논의를 통해 국민 다수가 공감할 만한 합의안을 도출해내는 정치적 의무를 방기하는 데 있다. 여야는 지난 두 달간 단 한 차례도 정식으로 연금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댄 적이 없다. 논의의 틀 짜기부터 난항이다. 여당은 국회에 특별위원회와 같은 별도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보건복지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 설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특정 상임위에 구속되지 않는 국회 전체 차원의 특위 구성이 바람직하다. 속히 결론을 내도록 특위 가동기간을 한정할 필요도 있다. 내년 상반기를 넘기면 논의가 좌초돼 연금개혁이 2028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오죽하면 “연금개혁을 위해서라면 삐끼삐끼춤이라도 추겠다”고 했을까. 정치권은 즉각 특위 구성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