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더 떨어진 H지수…홍콩ELS, 11일만에 2300억 손실

김국배 기자I 2024.01.21 09:52:13

5대은행 8~19일 2296억 손실…4월 하루 손실액 1000억
평균 손실률 52.8%…홍콩H지수 올해 들어서도 11%하락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홍콩H지수가 올해 들어서도 10% 넘게 하락한 가운데, 은행에서 판매한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올해 원금 손실액이 2000억원을 넘었다. 일주일 만에 10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판매된 H지수 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19일까지 2296억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지난 8일부터 2021년 상반기 발행된 H지수 ELS의 만기 상환이 시작된 지 11일 만이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 약 4353억원 중 2057억원만 상환하면서 손실률은 52.8%로 집계됐다. 일부 상품은 손실률이 56.1%에 달하는 등 손실률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H지수 ELS는 통상 가입 후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지만, 7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을 보는 고위험 파생 상품이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로 구성된 H지수는 3년 전인 2021년 상반기 1만2000포인트가 넘게 올랐지만 현재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19일 종가는 5127.24로 올해 들어서도 더 떨어지고 있다. 연초 이후 두 자릿 수 하락(11.1%)하며 전 세계 주가지수 중 가장 부진한 상황이다.

H지수가 급등하지 않는 이상 손실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나, 내수 부진 등 불투명한 중국 경제로 H지수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판매한 15조9000억원 규모의 H지수 ELS 상품 중 올 상반기 만기 도래 금액만 9조원에 달한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3조 4000억원, 2분기 5조 6000억원, 3분기 2조 8000억원, 4분기 1조 6000억원이다.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 판매분은 4조 6000억원, 과거 파생결합 증권 투자 경험이 없는 최초 투자자 비중은 계좌 수 기준 9.2%였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지수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까지 하락했지만 단기간에 홍콩 주식시장을 견인할 만한 강한 모멘텀도 부재하다”며 “H지수의 반등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다”고 분석했다.

4월 무렵엔 하루 손실액만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안타증권이 올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H지수 ELS 물량을 월별로 집계해 보니, 4월 만기 도래액은 2조555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달 만기액(9172억원)의 2배 이상이다. 4월 한 달 동안 하루 만기액이 1000억원이 넘는 날이 13일이었고 2000억원이 넘는 날도 사흘이나 됐다.

손실이 확정되면서 H지수 ELS 가입자들의 곡소리는 커지고 있다. ELS 가입자들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피해를 호소했다. 일부 가입자는 삭발까지 단행했다.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주요 판매처인 12개 은행·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에 나선 상태다. 불완전 판매가 드러난다면 은행들은 고객 손실의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

홍콩 ELS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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