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정년은 만60세, 평균수명은 83.5년. 은퇴 후 20여년을 살아가야 하는 노인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역시 돈과 건강이다. 특히 이들의 경제력을 떠받쳐주는 건, 최근 또 개혁 논란이 불붙은 국민연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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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올해 1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월평균 수령액은 약 61만원, 기초연금은 32만원(정액)으로 합해야 100만원에 못 미친다. 이데일리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 세대의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0대 이상은 한달 생활비로 201만~300만원이 필요하단 응답율이 가장 높았다. 홀로 사는 이의 경우 한달에 151~200만원이 필요하단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성인이 된 자녀에 경제적 도움을 바라기엔 ‘미안하다’는 노인들. 서울 탑골공원에서 만난 70대 남성 박모씨는 “(자녀가) 다달이 10만원씩 보내더니 코로나19 터지고 어려워졌는지 안 보내더라”며 “내가 일을 못하고 용돈을 받으려니까 마음이 안좋고 눈치가 보여서 몇달째 연락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안 먹고 안 입으면서 모아둔 돈으로 버틴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연금 외 수입을 올리기 위해 일을 하는 노인들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일자리가 ‘공공근로’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미순(76·여)씨는 “도서관에서 청소하고 월 27만원씩 받아 생활비에 보탠다”며 “무료함도 없애고 이 나이에 말 걸어 주는 사람도 있어서 만족한다”고 했다. 정모(70·남)씨는 “노란 조끼 입고 하루 4시간, 일주일 3회 교통정리 일을 한다”며 “이런 일자리가 많아져야 우리가 자식들한테 폐 안 끼치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일부는 자녀 뒷바라지 걱정을 놓지 못했다. 이모(65·남)씨는 “6070대의 가장 큰 고민이 자식 결혼”이라며 “나이든 자식들 결혼시킬 수 있게 나라에서 집 문제 좀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실제 이데일리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서 ‘자녀에 대한 양육과 책임이 언제 끝난다고 보느냐’고 물은 결과, 60대 이상의 27.6%가 “책임은 끝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결혼 후 안정될 때까지”란 응답(23.8%)도 뒤를 이었다.
은퇴 이후에도 일해야 하는 삶, 일 외의 시간엔 무얼 할까. 운동과 봉사활동 등으로 활기차게 여가시간을 보내는 이들, 별다른 할 일 없이 유튜브를 보고 TV연속극을 본다는 이들이 공존했다.
이모(65·남)씨는 “요즘은 오전에 텃밭농장을 가고 오후엔 팔굽혀펴기 500개, 자전거타기 등 운동을 한다”며 “이렇게 하면 하루가 빨리 간다”고 했다. 박모(72·남)씨는 “코로나19 때 공공시설 이용이 막혀서 주로 집에서 보냈다”며 “동묘에서 지인들을 가끔 보기도 하지만, 주로는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이들에 정부에 바라는 건 노인건강 돌봄 서비스와 공공 요양원 등 노인을 위한 서비스 확충이었다. 김모(70·남)씨는 “나라에서 해주는 좋은 요양원이 없지 않느냐”며 “공공요양원 같이 우리를 받아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모(73·남)씨는 “주변에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은데 돌봐줄 자식이나 수입이 없는 사람들을 구제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목욕 시켜주고 식사도 챙겨주는 돌보미가 늘어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