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영(26)씨가 떠올린 ‘그 날’의 기억이다. 유씨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 중 한 명이다. 325명 아이 중 생환한 이는 불과 75명. 유가영 씨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가 참사 이후의 삶을 담은 에세이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다른)를 펴냈다.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거절해왔던 유씨가 처음 목소리를 낸 것이다. 세월호 생존자가 직접 책을 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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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에 따르면 참사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초반 1∼2년은 잘 지낸다 싶었는데 괜찮은 게 아니었다. 도서관 사서가 되려던 그에게 책 읽기는 너무 힘든 일이 됐다. 마음이 고장 난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자해를 시작했다. 대학에 간 뒤엔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이겨내려는 노력은 내려놓지 않았다. “상황의 심각성과는 상관없이, 슬픈 건 슬픈 거라고. 그걸 알게 된 뒤 저는 자신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홉 번째 4월, 그는 지금도 매일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이 모두 고통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니라고 유씨는 말한다. 유씨는 자신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고, 평생에 남을 상처를 평범한 그가 완전히 극복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깨달았다”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책 출간을 권유받고,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 책을 쓴 이유다.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는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놀러 갔다 사고 난 게 자랑이냐’는 식의 비방과 혐오,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와 유가족, 책임을 미루는 어른들 모습 등이 세월호 참사 때와 바뀐 게 없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유씨는 재난 재해 현장을 누비는 비정부기구(NGO) 활동가가 되는 게 꿈이다. “저는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다음 세대인 아이들도, 더 성장해 나갈 저의 세대 사람들도 우리 앞에 벌어진 참사에 두 눈을 뜨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남겨진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많은 노력을 할 거예요. 부디 관심을 거두지 않기를, 생각을 멈추지 말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