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이재용(사진) 회장 승진 이후 삼성전자의 첫 정기 임원인사가 종전 ‘안정’에서 ‘쇄신’에 방점을 찍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중 패권경쟁 격화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맞이하면서 ‘뉴 삼성’으로의 도약을 위해 그간 소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점쳐졌던 임원인사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사장급을 중심으로 한 중폭 이상의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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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최근 예년처럼 내달 초 ‘2023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 인사 초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임한 이재승 전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의 후임을 골자로 한 이번 인사안을 두고 이 회장은 “다시 한 번 살펴보라”며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 안팎에선 이 회장이 대대적인 변화와 쇄신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잖다.
삼성전자는 현재 회장 2명(이재용·김기남), 부회장 2명(한종희·정현호)을 비롯해 사장 22명, 부사장 340여 명, 상무 750명 등 모두 1110여 명의 임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과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의 ‘투 톱’ 대표이사 체제는 1년밖에 안 된 만큼 1년 더 유지될 것이란 전망은 유지되고 있다. 사장단 역시 이재승 전 사장을 중심으로 한 소폭 인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다만 올해 스마트폰, 냉장고 등에서 품질·성능 논란이 불거진 데다, 3·4분기 실적이 둔화한 만큼 이 회장의 문책성 인사는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관건은 부사장급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능력을 검증받은 젊은 리더가 대규모로 부사장급으로 올라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만 60세 이상이 되는 부사장급 인사 30명가량은 대부분 교체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60세 이상 임원은 2선으로 물러난다는 이른바 ‘60세 룰’이 과거 삼성의 인사 철학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정기 임원인사에서 30대 상무 4명·40대 부사장 10명을 각각 배출하며 재계의 ‘30·40 리더’ 바람을 이끈 바 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의 경우 공격적 인사와 보수적 인사가 모두 예측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 회장이 책임경영을 첫째로 내세우는 만큼 DX와 DS 사업부문 실적에 기반을 둔 인사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안정형 인사를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실적에 따라 유임과 해임으로 갈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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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 회장이 ‘컨트롤타워’ 부활을 결정한다면 임원인사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규모로 컨트롤타워가 복원된다면 최소 9명의 임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인사는 언제나 그랬듯 전광석화처럼 허를 찌를 것”이라며 “현 부회장 및 사장단도 이번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