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선거 불확실성에 FTX 쇼크까지…나스닥 2.5%↓

김정남 기자I 2022.11.10 06:47:05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 기대했던 월가
'레드 웨이브' 실패에 미 3대지수 반락
시선은 물가로…6% 최종금리 전망 나와
FTX발 가상자산 쇼크 주시하는 월가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4거래일 만에 일제히 하락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는 탈환했지만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에는 실패하면서다. 중국의 물가가 예상 밖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운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사진=AFP 제공)


◇시장 기대한 레드 웨이브 없었다

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95% 하락한 3만2513.9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08% 내린 3748.57에 마감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48% 떨어진 1만353.17을 기록했다. 3대 지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탔다가, 4거래일 만에 반락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였다. ‘압승은 없었다’로 요약되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접하면서다. 공화당이 예상대로 민주당으로부터 하원 다수당 지위는 빼앗았지만, 상원은 아직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현재 판세를 보면 상원에서 민주당은 49석을, 공화당은 50석을 각각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최대 승부처인 조지아주다. 당연직 상원의장인 민주당 소속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은 50석만 확보해도 사실상 다수당 지위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반드시 51석을 가져와야 한다. 조지아주에서 누가 이기냐에 따라 향후 2년 의회 파워가 달라지는 셈이다.

현재 조지아주는 승부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초박빙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개표 95% 현재 현 의원인 라파엘 워녹 민주당 후보와 허셜 워커 공화당 후보는 각각 49.4%, 48.5%를 각각 득표했다. 이에 조지아주는 다음달 6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앞으로 한달간 의회 권력 구도는 불확실한 것이다. CNBC는 “의회 권력을 누가 쥘지 아직 명확하지 않으면서 주가는 하락했다”고 전했다.

당초 월가는 공화당이 양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웨이브를 내심 원했다. 민주당이 선호하는 공격적인 돈 풀기 정책을 공화당이 제지할 경우 국채금리는 하락할 수 있다는 게(국채가격 상승) 그 골자였다. 월가는 최근 미국 국채시장이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반쪽 승리에 그치자,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하락했고 장 막판 낙폭을 더 키웠다. 22V리서치의 데니스 드부셔 설립자는 “시장이 기대했던 레드 웨이브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뉴욕채권시장은 장 초반 약세를 보였다가 소폭 강세로 돌아섰다(국채금리 하락).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097%까지 내렸다.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4.596%까지 떨어졌다.

중간선거가 끝나면서 시장의 시선은 다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옮겨갈 전망이다. AGF 인베스트먼츠의 그레그 밸리에어 최고 미국정책 전략가는 “시장은 경기 침체가 나타날지, 연준이 올해 여름 긴축을 끝낼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휴전과 협상이 가능한지 등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전략가는 “미국 선거 결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증시는 하락했다”며 “이제는 인플레이션에 모든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월가, 가상자산 쇼크 예의주시중

특히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목이 모아진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나오는 첫 물가 보고서다. 월가 예상치는 전년 동월 대비 7.9%다. 9월 CPI 상승률(8.2%)보다 소폭 둔화한 수준이다. 헤드라인 CPI가 8%대에서 7%대로 내려앉는데 대한 심리적인 안도감이 나올 수 있다. CPI 상승률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간 8%가 넘는 고공행진을 벌여 왔다. 그러나 시장 예상을 웃돌 경우 증시는 또 흔들릴 수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월가가 연준 최종금리를 6%대까지 보고 있다는 보도 역시 주목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투자자들은 연준 기준금리가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도달하지 못한 수준인 6%대로 오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지난달 CPI 수치가 높으면 6%대 우려를 부채질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날 나온 중국의 물가 지표 부진은 시장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 대비 1.3% 하락했다. 2020년 12월(-0.4%)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PPI는 원자재와 중간재의 가격, 제품 출고가를 반영하는 만큼 경제 활력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선행지표다. PPI가 마이너스로 전환하면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한다. 모야 분석가는 “중국은 코로나19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의 유동성 위기는 월가의 분위기를 복잡미묘하게 만들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1만6005.96달러까지 폭락했다. 1만6000달러선이 무너질 위기다. CNBC는 “FTX 유동성 위기가 다른 가상자산으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쇼크다. 특히 세계 최대의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경쟁업체 FTX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루 만에 철회하면서 공포감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분위기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미국장을 따라 일제히 떨어졌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6%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17%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5% 하락한 배럴당 85.8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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