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금융사, 알뜰폰시장 진출 노리지만…마찰음 ‘불가피’

정두리 기자I 2022.07.08 07:00:00

KB 이어 신한은행 등 알뜰폰 시장 진출 ‘눈독’
알뜰폰시장 반발…“은행권 알뜰폰 사업 철수해야”
SKT도 금융사 진출 통한 시장확대에 불편한 속내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최근 금융기관의 타산업 진출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KB국민은행에 이은 제 2의 ‘은행권 알뜰폰’이 나올지 주목된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에선 대기업 독과점을 우려하며 은행의 알뜰폰 사업 철수를 주장하고 있어 찬반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알뜰폰 시장에 공식적으로 진출한 금융사는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4월 금융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금융당국이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KB리브엠은 금융거래와 연계한 통신비 할인 서비스 차별화를 앞세워 지난 5월 말 기준 가입자 수 3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가 600만명(사물인터넷(IoT) 제외)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알뜰폰 요금제 가입자 기준 점유율 5%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성공을 거두자 다른 은행들도 알뜰폰 사업 진출 검토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최근 KT망을 빌려 사용하는 알뜰폰사업자(MVNO) 4개사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신한 쏠(SOL)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알뜰폰 요금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알뜰폰 업계는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은행이 우후죽순처럼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자본력에 기반한 마케팅으로 통신 시장의 경쟁 질서가 왜곡되고, 중소 이동통신 매장들은 고사하게 돼 이동통신 시장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란 우려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 6일 KB리브엠의 재인가 취소를 촉구하는 서한을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KB리브엠의 과다사은품 및 원가 이하의 덤핑수준 요금할인 중단 △서민 대출이자 수익을 통신시장에 전이하는 시장질서 왜곡 행위 등을 막아달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철수시킬 것을 촉구했다. 앞서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도 금융기관의 알뜰폰 사업 진입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도 수익성이 낮은 알뜰폰 업계에 은행권이 진입해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두고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 입장에선 알뜰폰 가입자가 늘어봤자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액)만 떨어지기 때문에 이득이 될 게 없다. 시장이 크는 것 자체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의 반대 목소리와 달리 은행권과 알뜰폰의 사업 시동은 이어지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와 금융당국이 모두 금산분리 규제를 허물겠다는 기조 속에서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결국은 현 정부 코드를 맞출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은행권의 알뜰폰 진출 시도와 맞물려 시장의 마찰음이 계속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