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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성공을 거두자 다른 은행들도 알뜰폰 사업 진출 검토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최근 KT망을 빌려 사용하는 알뜰폰사업자(MVNO) 4개사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신한 쏠(SOL)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알뜰폰 요금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알뜰폰 업계는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은행이 우후죽순처럼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자본력에 기반한 마케팅으로 통신 시장의 경쟁 질서가 왜곡되고, 중소 이동통신 매장들은 고사하게 돼 이동통신 시장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란 우려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 6일 KB리브엠의 재인가 취소를 촉구하는 서한을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KB리브엠의 과다사은품 및 원가 이하의 덤핑수준 요금할인 중단 △서민 대출이자 수익을 통신시장에 전이하는 시장질서 왜곡 행위 등을 막아달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철수시킬 것을 촉구했다. 앞서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도 금융기관의 알뜰폰 사업 진입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도 수익성이 낮은 알뜰폰 업계에 은행권이 진입해 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두고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 입장에선 알뜰폰 가입자가 늘어봤자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액)만 떨어지기 때문에 이득이 될 게 없다. 시장이 크는 것 자체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의 반대 목소리와 달리 은행권과 알뜰폰의 사업 시동은 이어지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와 금융당국이 모두 금산분리 규제를 허물겠다는 기조 속에서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결국은 현 정부 코드를 맞출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은행권의 알뜰폰 진출 시도와 맞물려 시장의 마찰음이 계속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