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하에서 써 온 초강력 통화부양조치를 슬슬 거둬 들이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고, 경제지표는 심상치 않은 인플레이션 흐름과 경기 정점 징후를 보이고 있는데도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찍고 미 국채금리는 도무지 오를 기미도 없다.
이런 가운데 다음주 후반인 26일(현지시간)에는 사흘 간의 일정으로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경연장`인 잭슨홀 미팅이 막을 올린다. 연내 시작할 지 모르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공식적으로 안내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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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시장과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지면서 문득 떠오른 이름이 있었다. 폴 시어드(Paul Sheard) 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집행 부사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다.
2011년 특파원으로 글로벌 금융과 경제 중심지인 뉴욕에 부임하자마자 미국이라는 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 사건은 기자에게 눈코 뜰새 없는 취재와 기사를 강요했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 그 주인공인 S&P사에서 부사장과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던 시어드를 인터뷰하게 됐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메일로나마 안부를 묻는 사이로 이어져 왔다.
친근하고 자상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을 주던 그 시어드 전 부사장은 현재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전임연구원으로 있다. 인터뷰 요청을 단 번에 받아 준 시어드 연구원과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총 10차례 이상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기자가 던지는 질문에 그는 시종 연준을 믿는 편이 좋다는 메시지로 연준이 약속하고 있는 더딘 통화정책 정상화가 미국 경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봤다.
연준의 테이퍼링 신호에도 미 국채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기금리는 흔히 연준이 통화정책으로 결정하는 단기 기준금리의 향후 경로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반영한다. 현재 10년만기 미 국채금리는 1.3%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를 달성한다 해도 연준이 예측 가능한 미래에 기준금리를 크게 인상하진 못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돌려 말하면, 현재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우려스럽긴 해도 시장 참가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채권수익률 곡선에 반영된 연준 통화정책 기조는 경제여건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지금과 같은 낮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명목금리를 만들어 내는 건 달라진 경제 구조와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디지털 기술 발전이 경제를 교란시키고 있고, 투자보다는 더 많은 저축을 야기하기 때문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이것이 초과저축과 안전자산에 의해 흡수됨으로써 인플레이션과 시장금리를 끌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구매력이 미래로 이전되고 있는 셈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 해도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연준의 생각에 동의한다. 6월과 7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5.4%까지 올라갔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경기 회복과정에서의 수요 증가와 팬데믹 상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소비가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정적인 기저효과와 글로벌 공급 부족에 따른 부작용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완만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설령 예상과 달리, 경제 공급 부족이 해결되고 가계의 인플레 기대가 크게 치솟아 인플레 압력이 보다 구조적으로 흘러 높아진다 해도 연준은 통화긴축정책으로 이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해 시장이 잘못 판단한 것인가.
“지금 인플레이션에 대한 오판은 시장이 한 게 아니라 경제 전문가들이 한 것이다. 미 국채 명목금리나 물가연동국채 금리,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BEI) 금리 등 소위 시장참가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보여주는 지표들은 상대적으로 그리 불안하지 않았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보다는 연준의 메시지에 더 충실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발언이 미디어에 대서특필되는 것으로 보상 받지만, 투자자들은 실제 자기 돈을 걸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구조화하려면 연준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놓치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인 2%를 웃도는 모습을 보이거나 그럴 전망을 보인다면 곧바로 이를 억제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연준은 충분히 인플레를 억제할 만큼의 정책수단이나 정치적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경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견해도 있는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준으로 보면 7.5%를 기록한 지난해 3분기에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 그 정도 숫자는 앞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 나오는 미국 경기 고점론은 성장률 자체보다는 완전고용에 얼마나 가까워질 것인가를 지적하는 것으로 본다. 실질 GDP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분기보다 0.8% 정도 높지만, 팬데믹이 없었다고 전제할 때 달성 가능했을 GDP에 비해서는 2% 정도 낮은 수준이다. 실업률도 5.4%인데, 이는 팬데믹 이전인 3.5%에 비해 거의 2%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비농업 취업자 수도 팬데믹 이전보다 570만명 적은 편이다. 노동시장 참가율도 1.6%포인트, 과거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4%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이는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아직 정점을 찍었다고 보긴 이른 감이 있고, 계속적인 미국 정부의 재정부양책과 연준의 더딘 긴축 전환이 이를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
향후 연준의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 일정을 어떻게 점치나.
“연준은 테이퍼링 기준으로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을 위한 본질적인 추가 진전’을 내걸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보다 낮은 기준이다. 그리고 이미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이렇게 본다면 만약 9월 초에 나올 8월 고용지표만 양호하다면 9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공식화할 것이고, 실제 11월이나 12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할 것 같다. 시장에서는 다음주에 있을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동안 관례를 보면 잭슨홀에서는 기존 메시지를 반복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아울러 연준이 올 연말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해도 기준금리 인상은 2023년 초까지 없을 것으로 본다. 완전고용 달성을 위해 연준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2%를 넘더라도 인내심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