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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원칙론자 바이든 `정치쇼` 없다”…이인영 장관엔 작심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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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I 2021.04.05 06:39:50

“인도적 지원과 정치 분리해야”
北 비핵화 중국 역할론 부정적
미중 서로 협조할 가능성 낮아
文정부 ‘평화 프로세스’ 쓴소리
아사 상태라면 中 그냥 있지 않을 것

[이데일리 김미경 권오석 기자] “정치인과 (통일)장관이라는 두 경계선을 잘 지켜야 한다.”

북한 고위급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향해 작심한 듯 꺼낸 말이다. 태 의원은 “(통일) 장관이 바뀌면 (북한에) 뭘 지원한다는 식으로 북한을 비핵화 대화에 나오도록 유도해왔다”며 “인도주의적 지원과 정치적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정치화하면 이도 저도 안 된다”고 일갈했다.

2일 서울 논현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태영호 의원은 이 장관의 코로나19 백신 대북지원 발언이나 방역을 매개로 한 이 장관의 작은 교역 등을 예로 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적어도 우리 정부가 북한에 긍정적 시그널을 다시 얻기 위해선 비핵화 문제를 인도주의적 문제와 연결시켜 정치화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충고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이데일리 기자).
이어 그는 “장관 임기 내 남북 대화를 못하면 미래 정치 일정에 큰 차질 있을 것 같은 조급한 모습을 (북한에)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이 장관을 겨냥해 언급, 향후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으로도 읽힌다. 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운동권 세대의 맏형으로 꼽히는 이 장관의 등판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태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가장 취약점과 허구성은 김정은이 핵을 폐기할 것이라는 출발점과 믿음에 있다”면서 “결국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능력의 강화라는 결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선 더 이상 북미 정상의 ‘브로맨스’에 기댔던 트럼프 정부 때와 같은 ‘깜작 쇼’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태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전히 끝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바이든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그 어떤 실적과 성과보다는 지금까지 미국이 유지했던 원칙적인 ‘정도’(正道)로 간다는 기조”라며 “바이든은 시종일관 원칙론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껏 실추되고 궤도에서 탈선한 미국의 대북 정책을 하나씩 원 궤도에 올려세우고 있는 과정에 있다”면서 “미국은 ‘비핵화’, ‘인권’이라는 두 축을 함께 밀고 나가며 ‘비핵화가 없는 한 제재 해제는 없다’는 원칙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중국 역할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남·북·중·미 4자 회담을 해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의 의견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 관계의 본질을 잘 바라보지 못하고 하는 말”이라며 “미중경쟁 갈등 구도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다. 협력 관계는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태 의원은 “(문 정부 대북정책의) 큰 흐름과 현 궤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역대 어느 정부든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하고 북한의 제재 해제든 강화든 뭐든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왔다. 이런 구도 자체가 잘못”이라면서 “이미 수십년간 한미가 북한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미국은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해줬고 중유를 매해 50만톤씩 날라줬다.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북한은 이때 인센티브를 받았고 맛을 들였다. 그 이상의 인센티브가 제공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5월이면 북한에 아사자가 나올 것이라는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제언에 대해선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태 의원은 “1990년대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때 아사자가 많았다. 배급을 받던 시절로 ‘국가가 우릴 내버려두지 않겠지’라는 이런 생각이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북한 당과 정권에 대한 믿음이 없다. 내 살 길은 내가 해쳐간다는 생각이다. 5월에 아사 현상 나온다고 하는데, 그 전에 밀수를 하든 뭘 하든 살아갈 자생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그는 최근 시진핑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 흐름과 구도를 예로 들면서 “북한 내부 인사문제에서도 중국통인 김성남을 국제부장으로 올렸다. 중국을 알고 중국과 소통 가능한 사람을 배치한 건 김정은이 내가 살 길은 중국이며 중국을 끌어들여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우는 중이라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면서 “중국도 북한이 아사 상태라면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정은이 평양에 대대적인 주택 건설을 시작했다. 나라의 쌀 창고가 말랐다면 이렇게 대규모 주택건설이 가능하겠냐”며 역설했다.

태 의원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있던 2016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최고위직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탈북민 출신 최초의 지역구(서울 강남갑) 의원이 됐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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