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2% 등급조정 속도 적당하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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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회 SRE에 참여한 시장전문가들은 한국기업평가(KR), 한국신용평가(KIS), NICE신용평가(NICE)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발표하는 신용등급 신뢰도에 대해 5점 만점에 3.79점을 줬다. 이는 지난해 30회 SRE(3.75점)에 비해 0.04점 상승한 수치이자, 역대 최고인 27회와 29회(각 3.78점)보다 0.01점 높은 수치다.
각 사별로 보면 1위를 고수한 한국기업평가의 등급신뢰도는 3.85점으로 다소 하락한 반면 2~3위인 한국신용평가(3.77점)와 NICE신용평가(3.67점)의 신뢰도 점수는 상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등급 하향이 급격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등급상하향배율은 2019년 9월말 0.68배(3사 단순평균)에서 지난 9월말 0.56배로 소폭 낮아지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31회 SRE 응답자 206명중 76.2%(157명)는 ‘현재 수준의 등급조정 속도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회 등급조정 속도가 적당하다는 응답비율(161명·84.7%)에 비해 소폭 낮아지긴 했지만, 절대 다수가 신평사 등급 조정 속도에 적당하다고 답한 것이다. ‘하향추세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38명(18.4%)으로 지난회(25명·13.2%)에 비해 다소 늘어났다.
SRE 자문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은 매파적인 신평사보다 비둘기파적인 신평사를 선호한다는 게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며 “등급 (하향)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코로나19라는 대형 변수 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이번 조사대상 기간인 지난해 10월 1일부터 지난 9월 30일까지 1년간 22개 기업의 등급(평가사별 중복포함)을 올렸고, 53개사의 등급을 하향했다. 등급전망(아웃룩·워치리스트 포함)의 경우 상향이 34개, 하향이 100개를 기록했다. 9월 30일 기준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기업은 81개사, 등급 하향 검토대상에 오른 곳은 17곳이나 된다.
코로나19 등급 반영 ‘글쎄’…위기의 항공업 어쩌나
크레딧 시장 전문가 10명 중 8명은 신평사의 등급조정 속도가 적당하다고 답했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신용등급에 충분히 반영된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지난 6월 초 설문에서 하반기 이후 등급하향이 본격화할 것(58.5%)이라는 전망이 빗나간 데 대해 의견을 묻자 ‘내년 이후 등급 하향 조정이 본격화할 것’(44.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시장은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나 신평사가 등급하향에 소극적이다’는 응답이 25.7%로 뒤를 이었다. 특히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 중 1명(35.5%)은 신평사의 소극적인 등급 액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신용등급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응답은 20.9%였고, ‘연내 하향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응답도 5.8%에 그쳤다.
한편 코로나19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업종으로 84.5%가 항공업을 꼽았다. 뒤를 이어 정유(34.5%), 유통(33.9%), 건설(11.2%) 순이었다. 코로나19 종식시 가장 빠른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 업종도 항공업(68.9%)이다. 이어 유통(30.6%), 정유(18.5%)순으로 나타났다.
크레딧시장 참가자들은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업종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업종도 항공업을 1위로 꼽았다. 다만 항공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업종 득표율(47.9%)에 비해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업종 득표율(30.6%)이 현저하게 낮았다. 정부의 지원가능성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6일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공식화했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고, 한진칼은 이 자금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대한항공은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 이후 1조5000억원 신주 인수 등 1조8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한 SRE 자문위원은 “국내에서 현대중공업지주(267250)가 대우조선해양(042660)을 비슷한 구조로 인수한 바 있다”며 “일부 특혜 시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당장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만큼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공사의 경우 해외에서도 합병 또는 국유화한 케이스가 적지 않다”며 “예상보다 빠르긴 하지만 시간을 끌 이유도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크레딧 업계는 2~3년 전부터 아시아나발 항공업 구조조정 이슈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