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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현장클릭]대한전선, 유럽 뚫고 하이킥

김영수 기자I 2020.03.07 08:00:00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대한전선의 유럽 시장 진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그간 아시아, 중동, 오세아니아 등에 집중돼 있던 해외 시장을 넓히기 위해 미주와 유럽 시장을 겨냥한 대한전선의 다변화 전략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나형균(사진) 사장 역시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첫 외부 일정으로 벨기에서 국제 컨퍼런스를 잡을 정도로 유럽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에서 열린 전력 산업 관련 국제 행사에 참석해 관련 산업의 리더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는 사전포석이었던 셈이다. 당시 나 사장은 유럽 본부의 직원들과 함께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앞서 대한전선은 2017년 유럽 공략을 위해 런던에 영국 지사를 설립한 지 2년 만에 기존 러시아 지사를 합쳐 유럽 본부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보다 효과적인 영업 활동 전개를 위해 네덜란드에 영업 법인도 신설했다.

◇스웨덴 이어 덴마크·네덜란드 등 연이은 수주 쾌거

대한전선의 유럽 시장 포문은 2017년 스웨덴에서 초고압 케이블 지중 전력망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전까지 유럽 지역에 소규모의 제품을 납품한 실적은 있었지만 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첫 사례다. 강도 높은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유럽 시장을 설득하기 위해 유럽지사 설립 전부터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 실적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펼친 성과가 유럽 지사 설립 이후 나타난 것이다.

대한전선의 초고압케이블이 당진공장에서 네덜란드로의 수출을 앞두고 있다. (사진=대한전선)
대한전선의 초고압케이블이 평택항에서 네덜란드로의 첫 수출길에 오르고 있다.(사진=대한전선)
대한전선은 이후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등의 신규 시장을 개척하며 수주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네덜란드 지중 전력망 중 최고 전압인 380kV 프로젝트를 수주한데 이어 덴마크에서는 8년 장기계약을 수주하는 등 첫 진출 사업으로 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냈다. 대한전선의 기술 및 프로젝트 수행 능력이 유럽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으며 지난 해에는 러시아에서 배전급 해저 케이블 사업도 수주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 대한 영업망을 확대하기 위해 지사 및 법인을 적극 활용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고객사의 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통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라며 “지난해 수주 실적 대비 두 배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사진=대한전선)
◇진입장벽 높은 유럽시장 진출은 새로운 기회

유럽 케이블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설립된 지 100년이 넘은 글로벌 전선업계 1, 2위의 프리즈미안(1879년 설립)과 넥상스(1897년 설립)가 각각 이탈리아, 프랑스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이 외에도 높은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유럽을 전력 산업의 본고장으로 일컫는다.

전력 산업의 역사가 길고 시장을 주도하는 곳인 만큼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케이블의 일반적인 수명은 30~40년으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케이블 교체 시기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환경 요인 등으로 기존의 가공선(架空線, 송전탑에 전선을 가설하는 것)을 지중선으로 교체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다양한 환경에서의 지중선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실적을 갖고 있는 대한전선이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교체뿐 아니라 신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영국,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이 2030년까지 발전량의 45% 이상을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을 밝힌 만큼 이에 따른 신규 전력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 밀집과 도심 확대에 따른 신규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유럽 전력 시장의 수요에 맞춰 신규 투자 확대에 집중해 수주 확보에 나설 방침”이라며 “유럽 공략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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