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목멱칼럼]세상을 바꾸는 인플루언서 활용법

최은영 기자I 2019.04.26 07:11:00
[김현성 디지털 사회혁신연구소장·상지대 외래교수]182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증기 자동차의 등장으로 마차를 운행하던 마부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다. 이런 마부들의 로비로 세계 최초의 교통법인 ‘적기(赤旗) 조례’, 소위 ‘붉은 깃발법’이 만들어진다. 자동차는 말보다 느리게 다니고, 자동차에는 반드시 3인이 탑승해야 하고, 1명은 적기를 들고 앞장서서 교통통제를 해야 했다. 영국
이 자동차 산업에서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에 뒤쳐진 이유다.

얼마 전 취임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취임사에서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적기 조례가 없는지 살펴봐야한다”고 언급했다. 말 나온 김에 한국판 ‘적기 조례’ 사례를 이야기해 볼까한다. 우리 정부가 비만의 원인이 ‘먹방(먹는 방송)’이니 먹방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나 유튜브를 방송법으로 규제하려는 발상이 ‘적기조례 같다’는 말을 듣는다. 미디어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일대다(一對多) 방식의 방송(broadcating)이 인터넷 시대에 일대소(一對少) 방식의 협송(narrowcating)으로 모바일 디바이스와 만나 다대다(多對多) 방식의 점송(pointcasting)화 됐다. 점송의 시대 중심에 인플루언서가 있다.

일부 정책당국자들은 ‘인플루엔자 같은 것이냐’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되묻곤 한다. 그 확산 속도가 감염병수준이니 예능으로 넘길 수 있을 듯하다. 사전적 의미의 인플루언서는 ‘influence’(영향을 주다)에 ‘-er’(사람을 뜻하는 접미사)를 붙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십만, 수백만 명의 팔로워, 구독자를 보유한 사용자나 포털사이트에서 영향력이 큰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미 광고 마케팅 시장에서 모바일 광고비는 꾸준히 증가해 2018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집계 결과 2조 5446억원으로 지상파TV 1조 6639억원, 인터넷 광고 2조 1340억원을 뛰어 넘었다. 액션추어는 해외 직구(직접구매), 역직구 등 국경을 넘어서는 전자상거래 규모가 2020년 11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시장도 1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플루언서 산업은 광고·마케팅을 넘어 유통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플루언서 산업이 ‘미디어커머스’와 ‘플랫폼커머스’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 정부의 대응은 지나치게 기존 산업의 보호와 규제일변도라 대학생에게 중학교 교복을 입히고 있는 모양새다.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국가가 법을 만드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법을 통해 해당 산업의 정의를 규정하고 범위를 획정하여 산업의 진흥과 함께 보호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도 나쁠 것은 없다. 다만 그동안의 성장 과정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묵묵하게 밥상을 차려놓으니 정부가 이해당사자들과 소통 없이 무임승차하는 모양이 좀 아쉽다는 것이다. 소통해야 아프지 않다. 세금이니 규제니 하는 이야기도 충분한 소통과 산업의 체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과 병행되어야 진정성과 수용성이 커진다.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인플루언서들의 오피스와 스튜디오 환경, 편의 상황을 체크하고 각종 법률 세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애로사항을 들어줘야 한다. 알고도 의도를 가지고 탈법과 불법을 저지를 인플루언서는 많지 않다. 산업재편과정에서 정부가 법과 제도의 불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출발해야 한다. 미국과 독일도 지난해에야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니 그렇게 늦지 않았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이하 FTC)와 독일 연방미디어청(Die Medienanstalten)이 발표한 인플루언서들에게 후원 관계를 분명히 제시하라는 가이드라인과 사안별로 인플루언서가 지켜해야 할 부분을 정리하여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우리정부가 참고할 만하다.

이렇게 선한 영향력이 모아진다면 세상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을 수 있다. 인플루언서들이 공동으로 공공 캠페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중견기업 제품의 유통과 관련해서 인플루언서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좋은 마케팅은 큰 활로가 될 것이며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혀 다른 방식의 해외수출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소상공인, 농어민 등 인플루언서 육성에도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은 같은 것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마케팅과 유통에서 기존의 방식을 깨뜨리는 인플루언서들이 혁신성장의 동력을 높여줄 엔진이 될 것이다.

‘사과 속 씨앗은 셀 수 있지만 씨앗 속 사과는 셀 수 없다’는 말처럼 지금 뿌려진 인플루언서 산업의 씨에 몇 개의 사과가 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의 사과는 지금 우리가 하는 행위의 응답이니 ‘적기 조례’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가만있는 것이 낫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