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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인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낮추기는 이미 빛이 바랜 상황이다. 제로페이는 전년도 매출 8억원 초과, 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는 0.5%의 수수료를 낸다. 내년 1월 말부터는 동일한 매출 구간 카드수수료율이 1.4~1.6%로 기존보다 0.5%포인트 가량 낮아진다. 그러나 연 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은 부가가치세 매출세액 공제 등으로 이미 카드수수료 부담이 거의 없었다. 내년엔 이 부가가치세 메출세액 공제 한도도 연 매출 10억원 이하 1000만원으로 상향돼 매출액 5억~10억원 가맹점의 실질 카드수수료율은 0.1~0.4%까지 내려간다.
소비자 혜택 면에서도 아직 카드에서 제로페이로 돌릴만한 확실한 메리트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제로페이는 계좌로 대금을 이제하는 결제 기능만 할 뿐 여신기능이 포함돼 있지 않다. 카드는 여신기능으로 구매에서 결제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적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무이자 할부와 다양한 할인 혜택도 쏠쏠하다. 제로페이는 공공시설 할인 정도만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로페이가 전국적인 본사업 궤도에 들어가면 여신기능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인 신용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부여할 수 있는 여신 최대 금액은 30만원 이하 수준이어서 유인책으로 한계가 있다.
그나마 가장 확실한 제로페이만의 혜택은 40% 소득공제율이다.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30%에 비해 혜택은 크다. 그런데 이것도 좀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근로자 5인 미만 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한 금액에 한해서만 소득공제율이 40%다. 그밖의 사업장에서 사용된 금액의 소득공제율은 30%다. 그런데 아직 국회에서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개정안이 내년 중 통과되면 1월1일 사용분부터 소급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QR코드로 결제하는 제로페이와 가장 유사한 방식의 카카오페이와 비교하면 어떨까. 서울시 제로페이 가맹점 2만곳, 카카오페이 18만곳. 가맹점 숫자가 알려준다. 카카오페이는 당초 제로페이에 참여키로 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이미 2500만명의 가입자가 있고 가맹점을 구축하던 카카오페이가 아무런 이득 없이 제로페이에 참여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카카오는 각종 할인과 이모티콘 이벤트 등 공격적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비교한 제로페이의 장점은 따로 앱을 다운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 정도다. 개발단계부터 카카오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제로페이만의 장점이란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적정한 인센티브로 카카오페이가 다시 제로페이에 참여해야 제로페이 본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오픈하는 단계”라며 “본사업에 대비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