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 78. 메이드 인 UK

한정선 기자I 2018.08.28 06:00:00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 영국 필튼 공장(출처=가디언)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영국입니다. 공업, 제조업 강국이었던 영국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요?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현재 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부분은 11%에 불과합니다. 주변국 독일에서는 제조업이 GDP의 23%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낮습니다.

마가렛 대처 총리 집권 시절인 1980년대 영국 제조업 종사자는 700만명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300만명으로 떨어졌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제조업 규모로 8위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7개국(G7) 가운데 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가장 낮은 국가죠.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 자유무역 물결이 몰아치면서 자국에서 비싼 노동력이 들어간 비싼 제품을 생산하기보다는 해외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된 싼 제품을 들여오는 한편, 영국 정부가 금융, 서비스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 등을 추진하면서 제조업은 정부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졌죠.

영국은 1981년 이후 상품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제조업 생산성은 이미 정체돼 있습니다. 영국 재계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는 앞서 “영국 제조업은 투자 부족으로 수요가 조금이라도 늘면 공급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 간 자유로운 상품 이동이 제한되면 부품, 재료 공급과 조립 등 유럽 전 지역에 흩어져 있는 생산라인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미 지지부진한 영국 제조업 부분이 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이미 제품 개발과 인력 양성 등의 계획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브렉시트를 영국 제조업을 다시금 강하게 만드는 계기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영국 정부가 민간에 발주하는 연간 2000억파운드(약 290조원) 규모의 공공사업 계약을 영국 기업에게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국적을 불문하고 저렴한 가격에 입찰하는 사업체에 계약을 주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공사업 예산을 영국 기업과 산업을 자극하고 부양하는 방향으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국 제약업계와 항공우주산업이 각각 영국보건시스템(NHS)과 영국 국방부의 납품을 전담하면서 정부 계약의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부 조달의 기회를 더 많은 영국 기업들이 얻고, 이를 발판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2016년 브렉시트를 결정한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영국이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 있으면서 유럽에서 들어온 이민자들에게 뺏긴 영국인들의 일자리를 되찾아 오자는 것임을 것을 감안하면 영국에서 제조업 등의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부양을 하는 것이 이들의 바람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경제적 국수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숙련된 기술을 더욱 증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새로운 영국 여권 제조업체로 영국 기업이 아닌 프랑스 기업을 선정한 것 등을 두고는 “영국 기업이 만들 역량이 충분히 있는데도 외국 기업에 발주해 국내 일자리 창출과 기술 증진, 정부 세제 수입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영국 해군이 발주한 10억 파운드 규모의 새로운 선대 지원 군함 건조 계약을 상대적으로 낮은 계약금에도 자국 정부 보조금 등으로 수지가 맞는 외국 기업이 수주할 가능성이 크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전반적으로 조선업계 발주가 적어 난항을 겪고 있는데 정부 계약마저 외국 기업이 가져가면 일자리와 수익 창출 기회를 잃으면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아우성입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지원 군함 자체는 국가안보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건조될 수 있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영국 지원 군함 건설을 누가 맡게 될까요. 일각에서는 이 계약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영국 내 제조업 부흥에 대한 영국 정부의 입장은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브렉시트가 과연 영국 제조업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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