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스는 본디 방산업에서 출발한 회사다. 레이더 등 전자통신을 중심으로 이에 관련된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며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삼성과 합작법인(삼성탈레스)을 운영한 곳으로 잘 알려져있다. 이 법인은 지분 매각과 정리를 거쳐 현재 한화시스템이란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탈레스는 사이버보안 분야 자회사인 ‘탈레스 이시큐리티’를 설립하고, 나아가 보메트릭을 인수하며 사이버전 관련 역량을 키웠다. 물론 당시에는 다소 의아하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보메트릭이 보유한 암호화 솔루션은 데이터에 암호를 입혀 보호하는 기능으로, 탈레스가 굳이 인수한데 대한 의문이 다소 있었다.
하지만 탈레스가 당시 밝힌 공식 발표문을 보면 그 의미가 드러난다. 패트릭 케인 탈레스 CEO는 “보메트릭과 탈레스 이시큐리티 전문가들의 결합은 데이터 보호의 세계적인 리더를 만들고 사이버 보안 세계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다시 말해 물리적인 안보 수단뿐 아니라 사이버상의 안전 보장을 결합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이는 탈레스가 지난해 진행한 ‘젬알토’ 인수와도 맥을 같이 한다. 젬알토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각종 보안용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업체다. 여권 등 전자 신분증에 들어가는 보안 칩을 비롯해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가입자 식별 고유 모듈(SIM) 칩 분야 강자다. 보안 인증에 대한 탈레스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탈레스는 이밖에도 전장에서 활용 가능한 국방 특화 클라우드 서비스, 물리적인 보안 모듈(HSM), 인증 솔루션 등 사이버전에 필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며 사이버전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탈레스와 합작관계를 정리한 한화시스템은 올해 안에 그룹 내 IT 서비스 계열사인 한화에스앤씨(한화S&C)와 합병을 진행한다.
한화그룹 측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방산과 IT서비스 영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선도 솔루션 사업자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스마트 인프라를 통해 도시 내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탈레스를 비롯해 영국의 BAE시스템즈, 미국의 레이시온 등이 IT 업체 인수를 통해 ‘방산전자’라는 융·복합 추세를 주도하고 있는 추세를 충실히 따르는 모양새다.
다만 기존 국내 환경이 이런 사이버전, 디지털전에 대한 풍토가 충분치 않아 합작관계가 청산되고 새로운 기반을 닦아야한다는 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