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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재건축 단지들 가운데선 ‘일단 사업을 미루자’, ‘부담금을 많이 낼 바에는 개발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차라리 1대1 재건축(가구수 변화가 없는 방식)을 추진하자’ 등 여러 대안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포현대 아파트는 80가구에서 108가구로 다시 짓는 소규모 사업장에 불과한데 이 단지의 예정액이 1억원을 넘는다면 1000여가구에 달하는 다른 재건축 단지들은 부담액이 3억~4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입니다.
그간 서울의 재건축 단지에 돈이 몰린 것은 ‘재건축을 사면 무조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맹신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를 사서 버티면 재건축을 통해 시세상승분과 새 아파트 프리미엄 등을 합쳐 억대 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재건축 부담액이 1억원을 넘는 만큼 예상보다 큰 돈이 개인 수중에 들어올 수 없어 이러한 ‘재건축 신화’도 결국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공공이 민간이 소유한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해 개발밀도를 높여줬기 때문에 이에 따라 발생하는 적정이익은 사회로 환수하겠다는 당위성을 금액으로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입니다.
여기서 잠깐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이번 금액은 최종 확정 부담액은 아닙니다. 향후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는 아파트 준공 시점에 정확한 금액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 정도의 재건축 부담금을 낼 수 있다는 말 그대로 ‘예정가액’을 조합원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차원입니다. 실제 부담금은 나중에 집값이 내려간다면 예정액보다 낮아질 수 있고, 반대로 집값 상승폭이 크다면 더 낼 수도 있습니다. 즉 재초환 제도 자체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수익’에 대해서도 정부가 처음부터 엄포를 놓아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또 실제 준공 후에는 개발이익 환수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수금 산정 방식에 대해서도 얘기하자면, 재건축 추진위원회(추진위)가 설립된 개시시점부터 새 아파트 준공을 완료하는 종료시점까지 집값 변동액에서 ‘개발비용’과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금액을 놓고 부과합니다. 3000만원 이하이면 부과하지 않고, 초과하면 금액구간에 따라 최저 10%에서 최대 50%까지 ‘부과율’을 곱해 산출합니다. 이에 아이러니하게도 부담금이 커질수록 조합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이익 커지는 셈법이어서 일각에선 정부가 재건축 사업성을 인증(?) 해준다는 ‘비아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재초환 부담금 공개에 최근 잇딴 규제 여파로 맥을 못추는 재건축 아파트값은 더 휘청거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규제 의도가 제대로 들어맞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합니다. 다만 향후 우려되는 문제는 조합원간 갈등이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공공이 전체 예정액만 통지할 뿐 어느 가구가 얼마나 더 부담할지는 조합이 정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구청에 배포한 ‘재건축 부담금 업무 매뉴얼’에는 ‘조합원별로 종전 자산을 평가한 가액 등을 고려해 분담 기준과 비율을 결정하라’고 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조합원 1인이 실제로 얻은 시세 차익은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 해당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해 차익을 적게 얻은 조합원과 오래전에 주택을 사서 차익이 상대적으로 큰 조합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갈등 조정 역할은 공공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인 만큼 앞으로 정부는 실제 분담금을 내는 경우 등 여러 변수까지 꼼꼼히 살펴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