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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④획일화된 네모난 카드..범용성 이유로 사실상 강제

전재욱 기자I 2018.04.20 06:00:00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용카드 잡학사전]
전세계 범용성 고려해 카드규격 획일화
국제표준화기구 규격 따라 54㎜*85㎜*0.7㎜

프리폼카드.(사진=신한카드)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카드는 크고 싶어도 못 큰다. 가로 약 8.6㎝, 세로 약 5.4㎝에 묶여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규격(ISO/IEC 7810)을 따른 것이다. ISO는 카드 규격을 네 가지로 구분한다. 신용카드는 개중에 ID-1(85.60 mm x 53.98 mm) 규격을 따라 만든다. 두께도 0.76mm(0.030 inch)으로 통일해 쓴다. 1985년 처음 제정하고 34년째 유지하고 있다.

ISO 카드 규격은 비용과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일종의 `국제 담합`이다. 물론 ISO 표준 규격은 꼭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ISO에서 구분을 둔 품목은 해당 규격을 따라 제품을 만들도록 권장하지만 따를지는 제조사 재량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화폐라면 크기가 일정해야 할 테지만 화폐를 담는 카드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며 “카드 규격은 산업 발달 정도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해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강제로 따르게 돼 있다. 범용(汎用)성 탓이다. 카드는 한국에서만 쓰는 게 아니라 외국에서도 쓰는데 크기가 다르면 곤란하다. 카드사별로 카드 크기와 두께가 다르면 카드 단말기, ATM 규격도 제각각이어야 한다. 표준을 따르지 않는 카드는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여지가 있다. 가끔 돌연변이(신한카드 프리폼카드·현대카드 미니카드)가 나오긴 했지만 장수하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ISO는 카드 규격을 왜 이렇게 정한 것일까. 홍진호 한국표준협회 선임연구위원은 “ISO가 표준 규격을 정할 때는 회의록을 남기기 마련인데 신용카드 크기를 정한 유래와 배경에 대한 자료는 현재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ISO가 규격을 정할 때는 전문 위원회에 전 세계 각국의 의견을 종합해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통례다. 해당 산업분야인 카드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카드는 왜 스스로 키를 제한한 것일까. 그저 `휴대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적절한 크기`라는 게 업계 설명이지만 정확한 근원은 전해지지 않았다. 세계 최초 신용카드 회사 다이너스 클럽의 창업자 프랭크 맥나마라(Frank McNamara)가 지갑 없이 식당에 간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갑에 들어갈 만한 크기로 신용카드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말 그대로 추측이다. 다이너스클럽이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처음 만든 게 1961년이다. 당시 미국 1달러 화폐 규격은 가로 156㎜, 세로 66.3㎜다. 화폐를 반으로 접은 크기 세로 78㎜, 가로 33.15㎜다. 지금 ISO 카드 규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외국에서 신용카드를 들여오며 자연스레 규격까지 받았다는 게 통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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