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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설치하는 점자블록이 수요 공급 불균형으로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 시각장애인 시설이 임대비용 등 때문에 외곽에 위치한 경우가 많은 반면 점자블록은 대로변 위주로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예산이 한정돼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데일리가 서울시내 영등포구·강서구·종로구 등 시각장애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복지시설들을 찾아가 직접 확인한 결과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된 곳ㅇ르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서구 점자도서관의 경우 도서관 간판만 있을 뿐 목적지로 안내하는 점자블록은 전혀 없었다. 이곳에서 가까운 지하철역 5호선 송정역은 500m 정도 떨어졌고 근처 버스정류장도 100m 거리다. 종로구에 있는 점자도서관 역시 도서관 부지 내부를 제외한 근처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까지 이어진 점자블록은 없었다. 영등포구 장애인 종합복지회관인 이룸센터 앞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한국시각장애인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시각장애인이 자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 등과 가까운 지하철역 또는 버스정류장·횡단보도까지 점자블록이 연속적으로 설치돼 있는지 확인한 결과, 44개소 중 적정하게 설치된 곳은 15개소(34%)에 불과했다.
부적절하게 설치된 29개소 중에는 △블록 미설치가 24건 △접근로까지 미연결 1건 △노후화 4건이다. 이데일리가 확인한 3곳은 당시 보고서에서 미설치 지적을 받은 곳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설 관계자는 “이 시설은 2005년 개인이 설립해 현재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 중”이라며 “대부분의 시각장애인 시설이 개인 봉사 차원에서 설립돼 역세권 등 중심지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점자블록 확충 필요성에는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막상 예산문제로 추가 설치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이 늘어나는 데 비해 점자블록 등 제반 환경이 뒤따르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충분히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예산이 한정됐다 보니 모든 부분의 개선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대로변 위주의 점자블록을 보수하고 있고 차츰 골목 등 일반 보행로까지 넓혀 새로 설치할 방침”이라며 “장애인협회와 서울시와 조율해가며 필요한 부분을 특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2020년까지 시가 관리하는 보도 427㎞ 중 점자블록이 미흡한 구간 193㎞과 보도 턱이 높은 구간 4.7㎞ 정도를 185억원의 예산을 들여 정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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